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설봄배추 물량의 90%를 차지하는 충남 예산 일대의 날씨가 좋아 작황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배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부진이 지속돼 가격 전망이 밝지 않다.
◆재배면적 감소…작황은 양호=시설봄배추 주산지인 충남 예산. 이곳에서 만난 배추 재배농민들은 올해 재배면적이 20% 정도 감소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예산은 시설봄배추 물량의 90%를 점유한다.
예산군 오가면에서 6611㎡(2000평) 규모로 시설봄배추를 재배하는 한정호씨(64)는 “올해 시설봄배추 면적은 3600동 정도로 추산된다”며 “지난해 4500동보다 20%가량 감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겨울배추 시세가 낮았던 영향이 컸다.
배추농가 홍정택씨(56·예산군 신암면 탄중리)는 “시설봄배추 육묘작업이 12월말에 시작해 1월초에 끝나는데, 이때 겨울배추값이 좋지 않아 육묘를 하지 않은 농가가 많다”며 “상당수 농가가 열무 등 대체 작목으로 전환해 봄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하시기는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설봄배추는 4월 중순부터 한달간 출하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1월말 한파로 아주심기(정식)가 늦어져 4월말에야 출하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1월 한파로 언피해를 본 겨울배추가 많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봄배추를 정식한 농가도 많다. 출하시기가 평년보다 꽤 늦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배추농가 홍성만씨(60·〃)는 “언피해로 3∼4월 배추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뒤늦게 시설봄배추 재배에 뛰어든 농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작황은 아직까진 양호하다. 정식 이후 큰 추위가 없었고 일조량도 풍부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식이 늦어진 봄배추는 기온이 올라가면 상품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승연 예산농협 대리는 “5월부턴 시설하우스 내부 온도가 40℃를 넘어가 배추 상품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확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가격 예년과 비슷할 듯=12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배추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경락값은 9655원으로 전년 3월 평균 8356원, 평년 3월 평균 8046원보다 강세다.
3월 들어 배추값은 9000∼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4월까진 배추값이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4월에 출하되는 겨울배추 저장량이 전년보다 5%가량 늘었지만 냉해로 인해 감모율이 늘어 전체적인 출하량은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부진이 더해져 뚜렷한 가격상승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서정원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장(전남 해남 화원농협 조합장)은 “가격 상승폭이 더 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장이 침체해 한계가 있다”며 “당분간 소폭 상승 또는 보합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설봄배추 가격은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예년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라는 소비 악재에다 열무·봄나물 등 대체 소비작목 출하가 본격화해 소비부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2팀장은 “봄배추는 겨울배추보다 생산원가가 낮아 항상 겨울배추 대비 시세가 좋지 않았다”며 “가격이 예년 수준과 비슷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