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산물값이라도 잡아야 했나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2021. 3. 9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올해 2월 초 겨울배추 1000톤을 한 업체와 아무도 모르게 수의거래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산지 유통인 모임인 한국농업유통법인연합회는 정부가 배추 수매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한 업체에 1000톤이라는 물량을 계약한 것은 지금껏 본 일이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 기자는 한 업체에 수매 물량을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 보다는, 정부가 다급하게 겨울배추를 수매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데 관심을 뒀다. 마침 제보를 받은 날은 지난 2월 26일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가 열린 얼마 뒤였고,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보고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겨울배추를 급하게 수매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또 이러한 추측에 이른 것은 그동안 비슷한 정황들이 쌓인 결과다. 지난해 12월 배추 시장만 봐도 그렇다. 당시 가락시장에서는 소비가 급감하면서 한 때 배추 한 망 당 가격이 2000원 대를 기록, 포기 당 1000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폭락했다. 농식품부는 가을배추 2000톤을 수매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5000톤 수매 요구가 있었고, 2000톤 수매 계획마저도 한파 및 설 명절 대비용으로, 가격지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여름 상황도 마찬가지다. 산지에서는 장마철 전에 배추를 수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긴 장마로 배춧값이 상승하자 그제서야 저장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수매했고, 장마철 넣은 저장배추 상품성 하락으로 배추 수급에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에 비공개 수의거래로 겨울배추를 수매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업체에 수매 물량을 몰아 준 특혜 의혹을 떠나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겨울배추를 수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농산물 가격지지에는 소극적이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에만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산지에서 ''소비자보호부''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집값도 오르고 공산품 및 가공식품 물가도 들썩이는데,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농산물 값이라도 잡아야했던 건 아닐까.
마침 겨울배추 기사를 작성하는 날, 통계청이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 했고, 일각에선 농축산물 값 상승으로, 국민 밥상이 ‘파김치’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파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내린 폭설과 한파로 대파 주산지인 진도와 신안 지역의 대파 피해가 컸다. 그럼에도 한파 피해에 대한 산지 얘기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 금세 제자릴 찾아 갈 대파값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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