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방출한 물량은 정부가 aT(한국농수산식품공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수매·비축한 겨울배추 2000t 중 일부다. 2월2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440여t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상 가격 안정대에 비축 물량 방출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2013년부터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뉴얼을 마련해 운용해오고 있다.
매뉴얼은 농산물 가격 상승과 하락 구간에서 위기단계(안정·주의·경계·심각)를 발동하는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단계별 조치사항을 제시하는데, 농산물 수매·방출은 가격 상승 또는 하락 구간에서 경계단계 이상일 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1∼4월 출하되는 겨울배추의 경우 가격 상승 구간에서 경계단계가 발동되려면 배추값이 10㎏들이 한망당 1만755원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비축물량 방출 직전인 2월10∼20일 가락시장 10㎏들이 상품 평균 경락값은 8189원에 불과했다. 이달 10일 평균 경락값도 1만4원으로 아직까지 주의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산지 관계자는 “농민들은 위기단계별 기준가격을 보고 수급조절 시행 여부를 예상해 출하시기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처럼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물량을 방출하면 출하시기를 오판하는 농민들이 생긴다”며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면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신뢰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지에선 “정부가 수급조절보다 물가안정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김진섭씨(67)는 “일부 언론에서 소비자물가가 높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자 농식품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수매 물량을 방출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배추농가 김진숙씨(61·해남군 화원면)도 “연초에 발생한 한파로 감모율이 높아 배추값이 올라야 손해를 메꿀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배추값을 억누르면 그 피해를 산지 농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 2월말∼3월초에 출하된 겨울배추 평균 생산비는 10㎏들이 한망당 1만519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2월 가격 흐름을 보면 배추값이 3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오르는 데 5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반입량도 평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가격 급등이 예상됐다”며 “농산물의 경우 값이 한번 오르면 낮추기가 어려운 만큼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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