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농식품 허위·과장 홍보’ 판치는 라이브 커머스 (하) 대책
사전심의 없고 사후관리 미흡 영상 삭제 땐 증거도 확보 못해
플랫폼 사업자 법적 책임 부여 관계기관 관리·감독 적극 강화
부처간 협의 통해 대안 마련을
농민신문 이규희 기자 2021. 3. 3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 허위·과장 홍보에 대한 법적 제재와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입 농식품에 대한 허위·과장 홍보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마땅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관계기관의 강력한 단속과 감독도 필수과제로 거론된다.
◆방송기록 보존 의무화 등 법적 규제 강화해야=라이브 커머스에서의 허위·과장 홍보를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신생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 공백을 방치하기엔 라이브 커머스시장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원 수준에서 2023년 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라이브 커머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법)’ 등 소비자보호법에는 라이브 커머스 심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사전심의 없이 사후관리 규제만 받는 대상이다. TV홈쇼핑처럼 업체 선정, 광고 표현 등을 사전심의할 수 없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모니터링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을 통해 행정처분 등 규제만 받는 것이다.
규정된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계기관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안에서 수많은 사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특성상 전체 방송 내용을 감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과 달리 현행법상 라이브 커머스 방송기록 보존 의무가 없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선 허위·과장 표현으로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적발하기 힘든 실정이다. 판매자가 방송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면 불법행위 증거 자체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서다.
이를 개선하려면 국회에 발의돼 있는 관련법 개정이 급선무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비례대표)은 최근 통신판매중개업자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기록 보존을 의무화하고, 소비자 등이 해당 영상을 열람·보존할 수 있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판매 영상을 녹화 등의 방법으로 보존하게 해 소비자가 쉽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를=라이브 커머스에서 허위·과장 홍보를 줄이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란 거래 당사자들(입점 판매자·구매자)에게 인터넷상 영업장소를 대여해줘 거래를 중개하는 네이버·카카오 등 사업자를 뜻한다.
현행법상 플랫폼 사업자는 거래 중개자일 뿐 거래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기만 하면 판매자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일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각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약관을 통해 자체적으로 소비자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 보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 발생 시 판매자로서 취소·환불·손해배상 등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TV홈쇼핑 사업자와 달리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전자상거래법을 전면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소비자 보호책임을 부여하고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 강화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식품위생법상 영업자로 등록·신고하게 해 식약처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식품사업 당사자로 설정해 법 위반 시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게 한다면 허위·과장 홍보를 단속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기관 관리·감독 시급=라이브 커머스에 난무하는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도 요구된다. 라이브 커머스를 감시하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해야 할 식약처와 방심위·한국소비자원 등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동안 불법행위가 계속 양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식약처는 전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하다는 이유로 전담 직원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온라인상 불법광고를 신속히 차단하는 것이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의 핵심 업무임을 감안할 때 라이브 커머스의 식품 판매를 점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식약처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어 온라인상 식품 허위·과장 광고 차단에 대한 협조를 받는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라이브 커머스 같은 신유형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책을 개별 부처가 단독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식약처·방심위·공정위 등 관계 부처들이 힘을 합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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