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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장 뽑는다
균형 있는 의결권 부여
중앙회장 권한 집중화 막기 위한
견제 장치 마련 등 과제
축협, 직선제 전환은 ''환영''하나
조합원수에 따른 부가의결권은 시대 역행
농수축산신문 박유신·이문예 기자 2021. 2. 23
2009년 이후 이어져 왔던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이 바뀐다.
이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 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한데 이어 22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직선제로 전환한 것에 대해 농협의 민주화 회복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균형 있는 의결권 부여, 중앙회장의 권한 집중화를 막기 위한 견제 장치 마련 등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장 선출 제도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이번에 개정된 농협법의 내용과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주적 운영 절차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임명-직선-간선, 또 다시 ‘직선제’
농협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처음으로 명시된 건 1957년 제정된 최초의 농협법에서였다. 당시 농협중앙회장은 총회에서 선임하고 주무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이후 1961년 새로 제정된 농협법에서는 운영위원회 추천에 의해 주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중앙회장을 임명하도록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앙회장 선출에 농업협동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과 조합장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에게 농협은 ‘농업인의 조직’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정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어용조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으로 대통령 선거 직선제가 도입되며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동시에 협동조합도 주인인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8년 농협법 개정에 따라 중앙회장과 조합장 선거는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변경됐다.
하지만 2009년 농협법 개정에 따라 직선제는 다시 대의원 간선제와 단임제로 전환됐다. 농협법 제124조의 단서 변경에 따른 것이었다.
농협법 제124조는 ‘중앙회에 총회에 갈음하는 대의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장 선출의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을 배제했지만 2009년 법 개정 당시 해당 내용이 삭제되면서 중앙회장 선거도 대의원회에서 행할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이었다.
당시 대의원 간선제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선신 농협대 교수는 농협중앙회 직선제와 관련한 연구 보고서에서 “2009년 농협법 개정은 정부입법방식(당시 농림수산식품부의 법안 발의)으로 이뤄졌는데, 정부는 ‘개정 주요내용’에서조차 이런 사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시 많은 조합장들은 농협법 개정에 따라 중앙회장 선출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직선제 전환 요구 증폭
정부는 간선제 도입 배경으로 금권선거 등 부정부패를 지양하고 공명선거를 정착시키겠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당시 회원 조합장과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율성이 후퇴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에 보다 민주적 선거방식인 직선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까지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지만 정부는 혼탁선거의 재발 등을 우려해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편에선 2014년 위탁선거법 제정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와 감시 하에 부정·불법 선거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공명선거에 대한 인식이 증대됐다는 점 등이 부각되며 정부의 입장 선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선출방식과 관련해 ‘부가의결권’에 대한 정부와 농협, 농업인 단체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편에선 협동조합의 원칙인 ‘1인1표주의’에 어긋나며,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운영에 관한 7대 기본원칙에도 반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편에선 조합장이 조합원을 대표해 대의 투표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표의 등가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고, 합병 등으로 성실히 규모화를 추진해 온 조합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어 부가의결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농협법, 무엇이 바뀌었나
이번에 개정된 농협법을 살펴보면 우선 중앙회장 선출을 대의원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전환하고 부가의결권을 2표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시행령으로 규정할 부가의결권의 기준과 관련해 농해수위는 2표까지 의결권을 행사하는 조합의 조합원 수 기준을 3000명으로 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조합감사위원회를 회장 소속에서 중앙회 소속으로 변경하며 위원으로 현직조합장 참여를 배제하고 위원장 역시 조합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조합·중앙회 관련 최근 2년 이내 근무자를 배제하던 것을 3년 이내로 확대했다.
감사위원회의 외부전문가 감사위원 역시 조합과 중앙회, 자회사 최근 2년 이내 근무자에서 3년 이내 근무자를 배제하기로 했다.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조합장 4명과 외부 4명을 위원으로 꾸리던 것을 조합장 3명 외부 4명으로 변경, 외부 전문가 비중을 확대하고 위원장도 외부위원 중에서 호선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회원조합지원자금 조성과 운영계획 수립 등은 기존에 별도의 규정이 없었지만 이번에 신설해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자금 지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회원 조합의 권익증진을 위한 사업, 조합감사 업무 등 중앙회장의 위임전결 업무를 전무이사나 조감위원장의 고유 업무로 이양해 중앙회장이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입·간섭하거나 권한을 침해하지 않도록 했다. 조합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할 경우 중앙회장에 대한 권한이 집중, 남용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농·축협의 급격한 경영악화와 농업인의 피해 방지를 위해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의 일부 적용 유예기한은 내년 3월 1일에서 2027년 3월 1일까지로 5년 더 연장했다.
농식품부, 직선제 도입·부가의결권에 찬성 견지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직선제 회장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한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 행사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등의 균형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1조합장 1표 방식으로 부가의결권 적용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조합 간 조합원 수 편차를 고려한 투표 가치의 형평성 측면에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또한 세부적인 의결권 기준을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일정부분 농식품부의 입장과 부합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인사추천위원회의 구성 역시 공정성 강화를 위해 외부전문가 비중을 확대하고 위원장을 외부전문가 위원 중 호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여서 이번 농협법에 농식품부의 의견이 상당 수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위법령 마련에 진통 예고
여·야와 정부가 전체적으로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세부적으로는 여·야는 물론 정부, 농업인 단체 간의 의견이 상이해 하위법령 마련과정에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부가의결권 제도는 과거 직선제 전환 논의에 있어서 농식품부와 조합, 농업인 단체 등이 가장 이견을 보였던 문제인 만큼 시행령에서 세부 의결권 행사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조합원 3000명 이상 조합의 경우 투표권을 최대 2표까지 부가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아무래도 1표라도 더 있는 쪽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이 더 가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경영 약체 농협들은 대부분 농촌에 있는데 이러한 소규모 농협들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욱 작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영조 금정농협 조합장도 “단순히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부가의결권을 부여한다면 무자격조합원 문제의 해결은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조합장은 “무자격조합원 덕에 3000명 기준을 넘긴 조합에선 누가 칼을 들고 이들을 잘라내려 하겠느냐”며 “반대로 아쉽게 3000명에 미달한 조합에선 누구든 마구잡이로 조합원으로 끌어들여 2표의 권한을 행사하려 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현재도 종종 조합장 선거에서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장시간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유사한 문제가 중앙회장 선거에서도 나올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고하며 기준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만약 조합원 3000명 이상의 조합에 부가의결권 2표를 부여하는 방안이 확정되면, 1118개 조합에서 1263표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1조합당 1표를 행사하는 경우 경기가 14.4%로 가장 많은 의결권을 가지지만, 부가의결권이 부여되면 경북이 14.49%로 가장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부가의결권은 조합원 수 2000명 미만의 경우 1표, 2000~3000명 2표, 3000명 이상은 3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지난 22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부가의결권 기준과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선임, 회장 위임전결업무의 이양 등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 영암·무안·신안)은 “2019년 기준 112개 조합의 평균 조합원 수가 2985명인데 이들 조합은 15명만 확보하면 투표권을 2표까지 확보할 수 있어 과당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더불어 도시 농협의 의결권 행사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자칫 농협중앙회의 존재가치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점식 의원(국민의힘, 통영·고성)도 “기본적으로 1조합 1투표권이 원칙인 협동조합이 이대로라면 31%의 조합이 47.4%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데 과연 중앙회의 설립취지에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국민의힘, 강릉)은 “중앙회장 선출방식만 바뀔 뿐인데 중앙회장의 권한마저 제약하려 인사추천위 구성방식이나 회장의 위임전결 업무를 전무이사나 조감위원장에 이양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시갑)은 “중앙회장의 권한을 다 제한해 놓고 중앙회 권익증진과 대외활동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한 게 가능한 일이냐”고 지적하며 “회장 위임전결 업무를 이양하는 등의 방안이 아닌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에 부가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농협법에 규정돼 있는 부가의결권은 농협 통폐합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농협 운영사례에 부가의결권이 행사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축협, 조합 역량 아닌 조합원 수 기준은 시대 역행
지역농협에 비해 투표권 수가 적은 축협들도 직선제 전환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나 조합원수에 따른 부가의결권과 관련해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상문 전국축협운영협의회장(의성축협 조합장)은 “농협법 개정을 통해 기존 농협중앙회장 선출 시 대의원 간선제에서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직선제로 전환하게 된 것은 환영한다”며 “다만 현재 조합원 3000명 이상 조합에 대해 투표권을 최대 2표까지 부여하는 부가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표의 등가성 문제, 농촌 지역 조합의 위축 가능성 등에 비춰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문영 천안축협 조합장 역시 “현재 전국 139개 축협은 미허가축사 적법화, 가축사육제한구역 확대 등 각종 환경 규제로 인해 조합원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경제사업 전이용 실적, 상호금융 예수금 실적 등 조합의 역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중앙회장 선거 때 어느 조합은 2표, 어느 조합은 1표를 행사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원칙인 ‘1인1표주의’에도 어긋나는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업 전문가들도 부가의결권 기준 두고 이견
농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가의결권 부여 기준에 대한 의견은 상이하다.
김종안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의제조합원 제도’를 제안했다.
김 소장은 “도시농협이나 중소농협은 조합원 수가 적다보니 의결권 행사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의결권 기준 설정 시 단순 조합원 수만 고려하기보다 경제사업 양이 많으면 조합원을 더 확보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의제조합원 제도도 고려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산지농협과 도시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노력도 일정부분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의제조합원 제도는 사람이 아닌 결과치를 조합원으로 간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법적 검토나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선신 농협대 교수는 부가의결권 부여 기준 설정에 있어 조합원 수 외에 다른 요소들을 고려대상으로 삼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협동조합은 인적 단체로,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물적 회사와는 결이 다르다”며 “이를 고려할 때 부가의결권 부여 기준으로 인적 요소인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그 외의 조합 사업량, 출자금 등 물적 요소를 고려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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