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12월 고추류 수입 평년 동기보다 12.2%나 늘어
중국산, 싼 가격 무기로 활개 코로나 여파 외식 침체 ‘변수’
농민신문 하지혜·이민우 기자 2021. 1. 11
고추 생산량이 감소한 틈을 타 중국산 고추류의 수입 공세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건고추로 환산한 고추류 수입량은 5만4891t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8.7%, 평년 동기(4만8905t)보다 12.2%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수입 증가는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국산 건고추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고추 생산량은 6만76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23% 감소했다.
수확량 감소로 국산 고추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농가 실익이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건고추 화건 상품 600ｇ당 도매가격은 1만5000∼1만7000원선으로 평년 대비 67∼90% 올랐다. 같은 기간 산지가격도 평년보다 66∼87% 상승했다.
김일한 경북 서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장은 “농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가격이 올라도 예년 대비 소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수해와 병충해로 어려움을 겪은 농가들은 가격이 높아도 팔 물량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추농가가 쓴 입맛을 다시는 동안 수입 냉동고추는 싼 가격과 낮은 관세(27%)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활개를 펴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입 냉동고추를 해동·건조 등 가공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당 7500원가량으로 추정된다. 8일 기준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산 건고추 화건 1㎏ 상품 평균값이 2만5680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 냉동고추 가격이 국산의 3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고추류 수입이 늘면서 자급률이 30%대에 불과한 국산의 입지가 더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지현 농협경제지주 산지원예부 계장은 “작황 부진으로 고추값이 급등하면 중국산 고추 수입이 크게 늘고, 중국산 고추 수입이 늘어난 만큼 국내 생산 기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그동안 반복됐다”며 “고추류 수입량이 늘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고추의 수입 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식 수요 감소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남욱 농경연 연구원은 “지난해 생산량이 평년보다 20% 넘게 줄어든 상황이라 이달 수입량도 평년 대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수입업자는 “수입 고추는 대부분 식당과 같은 외식업체에서 소비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체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만일 외식업계의 침체가 좀더 지속되면 중국산 고추 수입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폐업한 식당 거래처가 많을 정도로 수요 감소가 심각해 수입 고추의 소비가 줄기는 했다”며 “식당 소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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