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약보합세를 거듭하고 1월에도 반등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정부는 1만8000t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선제적인 수급안정대책 시행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29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배추가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3873원에 거래됐다. 평년 12월 평균 가격(5932원)보다 35% 낮다. 배추값은 지난해 11월 5000∼6000원선을 오르내리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하락세로 전환된 뒤 15일 이후엔 3000원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생산비(2416원)를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수급조절 매뉴얼상 가격 하락 ‘경계’ 단계에 처해 있다.
문제는 1월에도 값 회복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재배면적 증가와 단수 호전으로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김장철 종료와 감염병 재확산에 따른 외식업계 침체로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겨울배추의 예상 생산량은 평년 대비 2.9% 증가한 29만9000t으로 전망된다. 재배면적이 3.6%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이후 산지 기상여건이 양호해 단수(단위면적당 생산량)가 증가 추세에 있다. 큰 추위가 닥치지 않는 한 최종 생산량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다 아직 소비되지 못한 김장용 가을배추 2만2000t이 겨울 작기로 이월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채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장(전남 해남 황산농협 조합장)은 “양념채소류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선지 가정에서 김장을 덜 한 것 같고, 배추 대량 수요처인 학교급식·외식업계마저 극도로 부진하면서 소비가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와중에도 김치 수입량은 평년보다 늘었다고 하니 시세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달간 김치 수입량은 2만7591t으로 평년 대비 4% 증가했다.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남의 상당수 겨울배추 재배농가는 산지수집상에게 계약금과 필름·종자대만 받고 밭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최근 시세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일부 수집상들이 계약을 파기하거나 최종 거래대금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급안정대책을 2단계로 나눠 시행한다. 우선 1월초까지 1만8000t을 시장에서 격리한다. 채소가격안정제를 활용해 가을배추 3000t과 겨울배추 7000t 규모의 면적을 조절하고 한파와 설을 대비해 2000t을 수매·비축한다. 가을배추 2000t과 겨울배추 4000t 등 6000t에 대해선 농가 자율감축을 병행해 추진한다.
또 1단계 대책의 효과와 한파 등 기상여건을 검토해 1월 중순 이후 추가 조치에 들어간다. 전남도와 해남군 등 주산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감축을 추진하고 긴급가격안정자금을 활용해 시장격리를 실시하는 한편 필요하면 정부 비축물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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