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됐다. 전 국민적으로 가장 관심이 컸던 3차 재난지원금 3조원이 책정됐고 코로나19 백신 도입에도 예산이 추가 배정됐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난 2차 재난지원금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재난지원금 예산 규모는 앞으로 더 큰 논쟁을 예견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오고 있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은 특정 대상자만 선별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받기 어렵다. 55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이 편성돼도 누군가는 소외받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배려보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앞서 작동된 결과로 여겨진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서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는 계층을 사회안전망 속으로 품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제도적 사회안전망 속에서 제외돼 있는 대표적인 계층이 바로 농민들이다.
도시 근로자들처럼 눈에 보이는 실업의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 바로 농업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고통은 숨겨져 있다. 농민 자신이 농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면서 농업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실업이라는 것은 근로자의 실업과는 또 다른 형태로 발현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바로 농민들이다. 농산물 수입개방 자유화시대에 농사만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농업의 현실로 농민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농촌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이는 바로 농민의 고령화가 큰 요인이다. 농민이 사라지고 있어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농민도 늘어나기 어렵다.
작물을 심고 수확해야 하는 적기에 농업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농사는 망치게 된다. 코로나19로 그나마 농업노동력의 상당수를 맡아오던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빈자리는 농민들 개개인 노동력의 강도를 높였고 농업노동자의 임금을 상승시켰다. 이러한 부담은 오로지 농민들의 몫이 됐고 이러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2020년 올해는 모든 것이 코로나19로 시작됐고 끝났다.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식량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하고 교훈을 얻어야 하지만 정부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는 식량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농업은 그 중요성을 강조받기 보다는 피해대상에서 제외시킬 뿐이었다.
2021년 슈퍼예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도 되지 못하며 점점 그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농민의 위치를 더욱 실감하게 해줬다. 3%대가 무너진 농업예산, 그리고 농민들의 피해는 굳이 보려고도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이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인식수준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농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정부의 옆에 이제 농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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