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비 거의 안 내려 월동채소 생육저하 등 우려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 실시 양수기 기름값 부담도 늘어
면세유 추가 절차 간소화를
농민신문 김재욱 기자 2020. 10. 19
제주지역 농가들이 가을 가뭄으로 농작물 생육부진과 경영비 상승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0월1∼7일 제주지역 강수량은 0.8㎜로 지난해의 154.2㎜, 평년의 22.4㎜를 훨씬 밑돈다. 8∼15일에도 맑은 날이 주를 이뤄 10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생육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마늘·쪽파·양배추·브로콜리 등 겨울채소는 지금이 파종·정식 후 한창 성장할 시기로, 수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애월읍·한림읍·한경면·대정읍 등 제주 서부지역 겨울채소 주산지 농가들은 수시로 스프링클러를 활용해 밭에 물을 대고 있다.
애월읍에서 3960㎡(약 1200평) 규모로 적채 등을 재배하는 문재규씨(85)는 “지난여름 지긋지긋하던 비가 이달 들어선 거의 내리지 않아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면서 “아직 큰 이상은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생육저하로 수확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물이 필요한 농가는 많은데 용수는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까지 이뤄지고 있다. 또 수압이 낮은 곳에서는 양수기를 동원해야 하기에 이로 인한 농가의 유류비 부담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김진식 대정농협 주유사업소장은 “대정읍에만 980여대의 양수기가 이용되고 있는데, 일반적인 5.5마력 제품을 12시간 돌리려면 25∼30ℓ의 휘발유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양수기 한대당 면세유는 연간 90ℓ 정도만 공급돼 지금처럼 가문 시기에는 사나흘이면 다 쓴다”고 설명했다.
면세유 추가 배정을 받으려면 복잡한 증빙서류가 필요해 한시가 급한 농가는 어쩔 수 없이 과세유를 쓰는 실정이다. 과세유는 500원 안팎인 면세유보다 2.6배 넘게 비싸다. 이에 제주농협지역본부는 정부에 면세유 추가 배정 절차 간소화 등을 요청했다.
오준협 농협경제지주 제주지역본부 농축산지원단 차장은 “이번 가을 가뭄은 자연재해 수준”이라면서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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