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다가올 김장철에 ‘배추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보도가 쏟아진다. 김장용 배추가 현재 출하 중인 배추와는 작기·산지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자칫 ‘김포족(김장 포기족)’을 양산하거나 물가당국이 왜곡된 의사결정을 하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배추가 10㎏들이 상품 한망당 1만9794원에 거래됐다. 한망엔 3포기가 담기므로 한포기당 경락값이 6598원이다. 평년과 견줘 84% 높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가격으론 상승폭이 더 크다.
이에 일부 언론은 ‘20포기 담그려면 42만원…김장하기 겁난다’ ‘김장보다 호텔김치가 더 싸다’ 등의 기사를 냈다.
하지만 이는 품목 고유의 생산·수급 상황을 외면한 채 가격에만 주목한 표피적 접근이다. 현재 유통 중인 배추는 거의 전량 강원산 ‘고랭지배추’다. 고랭지배추는 7월 중·하순부터 이달 상·중순까지 석달 정도 출하된다. 이 고랭지배추 재배면적(4669㏊)이 올들어 평년 대비 7% 줄었다. 역대급 여름 기상 악화가 덮치면서 작황마저 크게 나빴다.
반면 김장에 쓰는 배추는 ‘가을배추’다. 10월 중·하순을 시작으로 11∼12월에 성출하된다. 강원 평창·강릉·태백·정선 등에 한정된 고랭지배추와 달리 산지가 ‘전국구’다.
올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충분하다는 것도 주시해야 할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16%, 평년보다 2% 증가한 1만2783㏊로 관측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값이 9월 하순을 고점으로 추석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기상 호조를 고려할 때 가을배추 성출하기(11∼12월)엔 고랭지배추 절반 이하의 가격을 형성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