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출처 : https://tv.kakao.com/v/412646948
[탐사K] 지역 농산물 유통하라 했더니 왜 서울서?..수상한 거래
KBS뉴스 김효신 기자 2020. 09. 22
[KBS 광주]
[기자]
오늘 KBS 탐사보도는 한 농산물 도매법인이 운영하는 화물차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바로 이 찬데요.
일주일에 네댓 번씩 빈 차로 서울 가락시장에 올라가 농산물을 가득 싣고 내려옵니다.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시장으로 옮겨와야 할 도매법인 화물차….
이 화물차는, 도대체 왜 3백 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진 가락시장을 오갈까요?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탐사기획, 오늘은 광주와 전남지역 농산물을 마다하고, 서울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한 도매법인의 이상한 거래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중앙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5톤 화물차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차량에 적힌 상호를 보니 광주 서부도매시장 입주 업쳅니다.
차량이 향한 곳은 가락시장 채소동.
주차를 마치자 지게차가 경매장을 바쁘게 오가며 채소를 실어나릅니다.
오이와 미나리, 얼갈이배추 등 광주 인근에서도 생산되는 품목들입니다.
이렇게 실어온 가락시장 농산물은 다음날 새벽, 광주 서부농수산물시장 경매장에 풀립니다.
[중도매인·경매사/음성변조 : "(누가 주문했어요? 주문한 사람이 갖고 가라고 해.) 뭐? 추가로 나가야지. 열 개씩만 일단 해 봅시다."]
가락시장에서 한차례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 채소를 사 와서 광주에서 다시 경매에 부치고 있는 겁니다.
상인들은 자신들은 광주의 도매법인에 물건을 팔았을 뿐, 광주 도매시장 직접 경매에 내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가락시장 상인: “(구매가격에) 수익을 붙여서 팔죠. 아무래도 장사니까. 내가 물건을 사가지고 손해 보고 물건을 주진 않잖아요."]
광주 해당 도매법인의 영업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보니, 2년 반 동안 가락시장에서 사들인 채소는 확인된 것만 74억 원어치에 달합니다.
[기자]
농산물시장 도매법인의 중요한 역할은 지역 농산물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매 등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도매법인이 가락시장 채소를 떼다 판다면 농민들은 어디에 물건을 내야 할까요?
이 도매법인은 어떻게, 또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리포트]
새벽 시간 광주의 도매시장 경매 현장.
그런데 경매 현황판에 떠 있는 출하자 이름을 보니 가락시장 중도매인들입니다.
가락시장 상인들을 농민과 같은 출하자로 등록한 뒤 가락시장 물건을 마치 산지에서 사온 것처럼 팔고 있는 겁니다.
겉으로는 가락시장 상인들이 산지유통인으로 등록해 광주 서부농수산물시장에 직접 경매를 맡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광주 도매법인이 물건을 사와 경매에 부쳤다는 겁니다.
[○○청과 직원 : "((가락시장에서) 경매 받고 또 가서 경매 하나요?) 네. (그게 돼요?) 되죠. 그게 이제 산지 유통인으로 등록해서 하는 거니까..."]
광주서부농수산물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채소만 120여 가지.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도매법인 전 직원은 지역 농산물을 일일이 매수해서 경매에 부치는 것보다 가락시장에서 사오는 게 관리비용이 덜 든다고 말합니다.
[도매법인 전 직원: "(도매법인이) 물량을 못 맞춰주니까 그런 거지. 회사 능력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싼 물량 서울에서 끌어와서 유통을 한 거죠."]
도매법인이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다른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것은 불법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 사무관 : "매수거래를 했는데 승인을 안 받고 했다 하면은 제가 마지막에 적어 드렸다시피 행정처분이나 고발조치 할 수 있거든요."]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떼어 팔게 되면 그만큼 지역 농산물의 판로가 줄어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이갑성/전농 광주전남 부의장 : "산지수집을 해서 그걸 공판장에 가져와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선 그러기가 귀찮고 돈이 많이 드니까 서울이라던가 이런 가락시장에서 공판했던 물건을 가지고 와서 또 재경매 한다는 것이 (개탄할 일입니다)."]
이에 대해 도매법인 측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도매법인 대표 : "(불법으로 ‘매수거래’ 하신 거 아닙니까?) …….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세요.) ……."]
지역 농산물을 외면한 채 서울에서 사다가 파는 도매법인,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광주시는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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