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올해 시행한 ‘배추 휴경제 시범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농가 참여가 저조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
배추 휴경제는 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남도가 선제적인 수급 조절을 위해 시행한 것으로, 전남도는 해마다 겨울배추 재배면적이 과잉돼 ‘가격 하락→산지 폐기’의 악순환이 거듭되자 배추값 안정을 도모하고자 휴경제를 도입했다.
11일 기준 휴경제 참여면적은 총 35㏊로 목표사업량 444㏊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사업실적이 저조하자 도 식량원예과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도 관계자는 “이장단 회의와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해온 데다 신청기한을 8월25일에서 9월10일로 연장하며 참여를 독려해왔다”면서 “배추농가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행한 건데 이 정도로 참여율이 낮을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추농가의 참여율이 저조한 데는 ‘날씨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3개의 태풍이 연속으로 한반도를 지나가면서 배추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농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17일 현재 10㎏ 그물망 배추가격은 2만6000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가량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통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밭떼기 거래에 나서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해남·진도 지역 배추생산자단체 등에 따르면 올해 상인과의 계약규모는 전체 면적의 70%, 거래단가는 10α당 195만원선이다. 지난해(전체 면적의 20%대, 10α당 150만원선)와 비교해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해남의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상인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지역농협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겨울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와 견줘 13% 이상 증가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휴경 참여농가에 지원하는 금액이 3.3㎡(1평)당 1250원으로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도의 한 배추농가는 “대체작목을 심는 것도 아니고, 330㎡(100평)당 13만원에 불과한 지원금을 받자고 누가 휴경에 나서겠느냐”면서 “농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최소 3000원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농협이 수급 조절 과정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거나 농가 참여를 높이는 유인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도의 한 배추생산자단체 대표는 “민간 상인의 힘이 커질수록 배추 생산량을 조절할 여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지역농협에 책임지고 계약재배물량을 확보하게 한 후 생산 조정 역할을 하도록 하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락할 때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남의 한 농산물유통 전문가는 “전남이 전국 겨울배추 재배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겨울배추값이 해마다 널뛰기를 하고 있어 휴경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농가 참여를 높일 유인책을 내놓는 것이 휴경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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