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인위적인 조정보다 시장 판단에 귀 기울어야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2020. 09. 18
올해 고랭지 배추 농사는 긴 장마와 잦은 태풍 등 좋지 않은 기상여건 탓에 생육상태가 고르지 못했고 생육초기 산지의 큰 비로 정식을 수차례 다시 하는 등 어려움 속에 작황이 시작됐다. 이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등 좋지 않은 기상여건 탓에 생육이 부진했다. 이후 배추는 모자라기 시작했고 지난 14일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10년 만에 포기당 1만 원을 넘어섰다.
#현장 의견 무시한 정부 결국 ‘금배추’
산지유통인을 포함한 출하자들은 올해 초부터 배추 수급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정부에 보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1월부터 배추가격은 평년보다 높게 형성됐고 김치공장 등에서는 배추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산지유통인들은 정부가 봄과 가을에 수매하는 정부비축물량 중 봄배추 비축소식이 늦어지자 정부 주재 회의 등에 배추 수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평년보다 한 달 늦은 시점인 7월, 당초 수매 물량보다 2,000톤 많은 5,000톤의 배추를 비축하려고 했지만 품위가 낮아 3,200톤만 비축하는 상황에 빠졌다. 평년보다 늦은 시점인데다 결구가 크고 좋은 봄배추를 구매하지 못해 결구가 작고 상태가 좋지 못한 고랭지 배추를 부랴부랴 비축하는 바람에 8월에 나온 비축분의 품질 문제까지 일으킨 것이다.
한 산지유통인은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물량을 제 날짜에 비축만 했어도 배추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수년 동안 잘못된 배추‧무의 수급정책을 펼치는 바람에 농업 이미지를 훼손하고 피해를 소비자에게 떠 넘겼다”고 말했다.
# 비축사업에 뒤통수 맞은 산지유통인
정부가 봄배추 비축사업을 평소보다 한 달이나 늦은 6월말에 시작하면서 비축 사업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긴 장마로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면하자 정부는 비축기지의 문을 걸어 잠그고 납품조차 받지 않는다.
유례없는 최장 기간 장마에 배추는 녹아내려 팔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으며, 일부 업체는 비를 맞으며 도매시장 등으로 납품을 이어갔지만 대다수 산지유통인은 정부계약을 어길 경우 패널티를 물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결국 정부와의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한 유통인은 배추를 폐기하고 입찰보증금도 물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포전을 한 것이 아니라 배추를 산 것이어서 (규격에 맞는) 배추를 납품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물기를 먹은 배추는 금방 썩어 창고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산지유통인에게는 납품 시기를 연장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지유통인의 반응은 다르다.
정부가 납품하기로 했던 물량을 가락시장에 출하하면 그만큼의 물량을 차감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납품할 배추가 없어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비축물량 배추가 다 녹아내리는 등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음에도 정부는 입찰보증금까지 감면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유통인의 주장이다.
한 산지유통인은 “정부 비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산지유통인이 자연재해로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원칙만 강조한다면 앞으로 정부비축사업에 참여할 산지유통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실소비자 외면한 방출정책
정부는 지난해부터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가격결정 기능이 있는 가락시장으로 비축 배추와 무를 방출하고 있다. 오직 기준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까지 지불하며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시장관계자들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품위는 상품이다. 하지만 정부가 비축물량은 대부분 관리부실로 품위가 좋지 못하다. 결국 중‧하품으로 분류돼 상품의 기준가격 결정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더욱이 정부 비축물량은 대부분 김치공장 등 대규모 식자재 업체로 나가 결국 실소비자들의 혜택이 없다. 여기에 정부 비축물량은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싼 물건으로 인식돼 값싸게 경락받아 시세에 맞추는 가격 조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지방도매시장의 경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 가락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부담을 소비자가 그대로 받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도매시장 한 배추중도매인은 “당장 주의 마트나 시장에 납품할 배추물량을 맞추기도 힘든 상황인데 정부 비축물량은 구경도 해본 적이 없어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지방도매시장에도 정부 비축물량이 풀린다면 실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농어민신문] [기자수첩] 간장·김치 식품표시를 둘러싼 논란 
[제주일보] [기고]제주 월동채소연합회 출범의 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