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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상품성 잃은 농작물…농촌 곳곳 ‘한숨’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9-09 조회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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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감자 50~60% 침수 경상지역은 낙과 피해 커

                   간접 영향 경기권 벼 쓰러져 추석 앞둔 농가들 ‘속앓이’


              농민신문   제주=김재욱, 밀양·김해=노현숙, 포항·영덕=오현식, 속초=김윤호, 
                             화성·이천=유건연, 장수=황의성 기자
                                                                                            2020. 09. 09


  제9호 태풍 ‘마이삭’을 바로 뒤따라온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전국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겼다. 제8호 태풍 ‘바비’부터 불과 10여일 만에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잇따라 덮친 탓에 낙과와 벼 쓰러짐, 시설하우스 붕괴 등 농촌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추석 대목을 앞둔 농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하이선의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지역은 최고 500㎜가 넘는 폭우에 침수 피해가 컸다. 강인봉 구좌농협 경제상무는 “제8호와 제9호 태풍 때는 강풍 피해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에는 침수 피해가 크다”면서 “연이은 태풍들로 당근은 지역 내 전체 재배면적의 20∼30%, 감자는 50∼60%, 콩은 30%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이어 태풍의 중심권에 들었던 경상도 지역에선 낙과와 시설하우스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에서 3만3057㎡(1만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이윤준씨(44·삼양리)는 “마이삭 때 낙과율이 50%인 상황에서 연속으로 불어닥친 하이선으로 낙과율이 80%로 늘어나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의 시설장미농가 장석미씨(52·대동면 초정리)는 “마이삭이 몰아칠 당시 비닐하우스 안이 30㎝ 정도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는데, 하이선 때는 이보다 더해 50㎝가량 물이 찼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에서는 포항과 경주지역에 농작물 침수·쓰러짐 및 농업용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시 연일읍 중단리에서 부추와 시금치 등을 시설재배하는 성영국씨(60)는 “마이삭의 강풍과 하이선의 폭우로 농작물이 쓰러지고 물에 잠겨 수확할 게 없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벼 쓰러짐 피해도 상당하다. 서석조 영덕 영해농협 조합장은 “연이은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온전한 벼논이 없다”고 우려했다.

 지역 농·축협의 피해도 적지 않다. 청도축협 가축경매시장과 청송농협 파천지점은 폭우로 강물이 넘쳐 침수 피해를 봤다. 이외에도 포항 흥해농협 라이스센터와 서포항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성주 초전농협 APC, 울진 북면농협 농기계수리센터 등도 강한 비바람에 벽면과 지붕 등이 파손됐다.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온 폭우 탓에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의 한 감자밭이 물에 잠겨 있다.
마이삭과 하이선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기 전 마지막 길목이었던 강원지역에서도 농작물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속초시 노학동에서 4만㎡(1만2100평) 규모로 배와 복숭아농사를 짓는 김종영씨(69)는 “마이삭이 한바탕 할퀴고 지나가면서 과수원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일주일도 안돼 하이선이 몰아쳐 남은 과일마저 대부분 땅에 떨어졌다”면서 “어렵사리 나무에 붙어 있는 과일도 돌풍에 이리저리 부딪쳐 상품성을 모두 잃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었던 지역도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 경기지역에서는 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농가들에 따르면 수확이 한창인 조·중생종 <해들>과 <고시히카리>부터 만생종 <추청>이나 <참드림>까지 쓰러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화성시 장안면에서 50㏊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이세영씨(40·노진리)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만생종인 <추청>까지 쓰러지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북은 낙과와 과수의 상품성 저하 피해가 크다. 장수군 천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창용씨(53)는 “그나마 성한 나무에 달린 <홍로> 사과를 건지려고 급히 인력을 조달해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맛과 모양 등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제값을 받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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