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김경호, 공사)가 가락시장 경매 공정성 제고를 위해 9월 1일부터 경매사의 컴퓨터 화면에서 응찰자(중도매인) 고유번호를 지운다.
경매 현장에서 경매사의 컴퓨터 화면엔 출하자 기본정보(이름·품목·수량·등급)와 더불어 ‘응찰자 기본정보(중도매인 고유번호·응찰가격)’가 표시된다. 경매사는 고유번호를 통해 그 때 그 때 응찰가격을 누른 중도매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며 경매를 진행한다.
이 시스템의 문제는 경매사가 특정 중도매인과 담합 또는 편중 낙찰 등의 부정거래를 행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가락시장 딸기 경매의 경우 입찰에서부터 낙찰까지의 시간이 법인별로 평균 4~7초, 최소 1~2초에 불과한데, 이는 정상적인 경매가 이뤄지는 시간으로 보기 어렵다. 충분한 인원이 응찰하기 전에 소수, 혹은 1명이 제시한 응찰가격만 보고 낙찰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실제 담합이든, 경매사의 ‘통찰력’ 발휘이든 출하자 입장에선 불편한 그림이다. 실제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산지의 목소리가 있었고 지난해 말 공사에 민원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공사가 내놓은 해법은 경매사 컴퓨터 화면에서 응찰자 고유번호를 지우는 것이다. 경매사는 해당 가격을 제시한 응찰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충분히 기다렸다 단지 최고가를 낙찰가로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경매사에게 철저한 ‘객관적 중립성’을 부여해 경매사-중도매인 담합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최소한 출하자들의 의심과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매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가락시장 6개 청과도매법인 경매사들은 지난 25일 공사에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매사는 중도매인 각각의 매입성향·분산능력·미수금상태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해 적정한 가격을 발견하고 경매지연·재경매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경매사들이 각자의 ‘주관적 중립성’이 공사가 강제하려는 ‘객관적 중립성’보다 더 큰 가치와 편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출하자가 이미 경매사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시점에서 경매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락시장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그동안 일개 사기업 직원의 주관에 맡겨온 것 자체를 위험하게 바라볼 수도 있는 일이다.
공사는 오는 9월 1일 저녁경매부터 ‘응찰자 숨기기’를 적용하도록 6개 도매법인에 명령했다. 경매사들의 반발에도 강행 의지가 확고하다. 단, 응찰자 고유번호를 숨기는 건 경매사의 컴퓨터 화면 뿐이며 중도매인 등이 보는 외부전광판엔 고유번호를 그대로 표시한다. 또 재경매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매사가 1회에 한해 응찰자를 확인할 수 있는 ‘ESC’ 기능을 부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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