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가뭄과 폭염이 심할 것이란 예보에 고온건조에 강한 종자를 많이 심었죠. 그런데 거꾸로 유례없는 긴 장마 탓에 흑부병 등 예상치 못한 병해가 나타나 걱정입니다.”
국내 고랭지배추 대표 산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에서 만난 김시갑 고랭지채소생산자협의회연합회장은 배추밭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회장은 “수확을 보름 남겨둔 상황인데, 상당수 배추밭에서 흑부병 증세를 보여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김 회장의 배추밭을 살펴보니 고유의 짙푸른 색깔 대신 곳곳에 색이 막 변하기 시작한 배춧잎들이 눈에 띄었다(사진).
김 회장은 “고온건조에 강한 종자를 심은 밭에서 잎이 불그스름해지고 결구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마땅한 약제가 없어 임시방편으로 비료나 영양제만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해가 심해질 경우 추석 대목 배추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현 강릉농협 과장은 “올해는 긴 장마 이후 찾아온 폭염이 5일 전후로 짧게 끝나 무름병 피해보다는 흑부병을 잡는 게 관건”이라며 “고랭지채소는 온도와 병해에 특히 민감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