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일시적 생계구호 수준
실제 도움 줄 경영비 지원과 소규모 농가 구제방안 필요
복구비 실거래가 반영 절실
농업재해보험 가입률 높이려면 피해산정·보상기준 개선해야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0. 08. 19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로 2만8277㏊(14일 기준)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유실·매몰됐다. 이처럼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생계를 위협받는 농가들은 줄곧 실질적인 피해보상책을 요구해왔다. 특히 최근엔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일상화되면서 농업재해대책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홍수·태풍 등으로 농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농어업재해대책법’을 통해 농업재해복구비를 지원한다. 사후 대책으로 농업의 생산력 향상과 경영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농업재해복구비로 지원하는 대파대(보조 50%, 융자 30%)·농약대(보조 100%)·생계비 등은 응급 복구와 일시적인 생계 구호를 위한 처방일 뿐 경영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수확을 못하게 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 내용이나 경영비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우리나라 농업재해대책은 농가 단위 피해율 산출에서 농작물 피해율을 산정하고 있지만 이는 실제 피해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생계 지원, 영농자금 상환 연기 등의 구호적 지원에 머물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대파대와 종자대를 지원하는 농업재해의 경우 경영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농어업재해대책법을 개정하고, 작물별 표준경영비와 피해율에 따른 경영비 지원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보조·지원은 피해 농가의 경영 손실을 보전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나마 주는 농업재해복구비 지원에 사각지대가 있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재난지수(지원 기준 지수에 피해물량을 곱해 산정한 계수) 300 미만의 소규모 피해 농가는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업재해복구비를 지원하게 돼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양태곤 전남 해남군 농정과장은 “재정 여건이나 자연재해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영세농일수록 소규모 농경지 상당 부분이 피해를 봐도 재난지수가 낮게 산정돼 복구비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재해복구비 지원 단가 역시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현 정부 들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실거래가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대부분 농작물의 대파대·농약대 단가는 실거래가의 80%로 올랐다. 반면 산란계·돼지의 입식 단가는 각각 실거래가의 52%, 35%에 그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단가 현실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지원 단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항목은 농업재해보험 가입률이 높아 기획재정부에서 단가 인상에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다른 농업재해대책으로 농업재해보험 가입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38.9%에 그쳤다. 현장에선 가입률을 높이려면 피해 산정 방식과 보상 기준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보상률 축소나 농가의 재해 발생 이력과 상관없는 피해 행정구역의 보험료 일괄인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처럼 농업재해대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중장기적으로 재해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농업 피해를 극복하고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농가당 일정 면적의 재해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하는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하고 나머지 피해는 정책보험을 강화해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특별농어업재해지역을 선포할 수 있는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특별농어업재해지역에 농어업재해대책법 보조·지원 외에 농어업재해 피해보상과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 등 특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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