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가격, 평년과 비슷…장마 이후 날씨·저장무 출하가 관건
고온으로 결주·고사 물량까지 평년 대비 작황 저조
인력 부족에 생산비 큰 폭 상승 정부 대책 필요
농수축산신문 박현렬 기자 2020. 07. 28.
2018년과 지난해 무 가격 하락으로 생산비를 건지지 못한 고랭지 무 재배 농업인들이 올해는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고랭지 무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5%, 2% 감소한 2412ha로 추정된다. 매년 고온으로 인해 파종된 물량을 재파종해야 하는 시기인 5월과 6월 파종 면적은 지난해 대비 각각 12%, 4% 줄었으나 이후 추석 수요를 기대한 농업인들이 파종면적을 늘리면서 지난해 대비 3% 증가했다.
이에 유통전문가들은 시장 출하량이 적은 다음달 고랭지 무 도매가격은 지난해 보다 높고 평년과 비슷한 20kg 상품기준 1만3000원 선을 예상했다.
그러나 장마 이후 고온에 따른 병해충 피해에 따라 산지 작황과 수급은 변화할 수 있다. 대아청과 경매사들과 강원 평창·홍천 등 고랭지 무 재배지를 찾아 수급상황을 점검했다.
# 출하량 적고 결주 발생
지난해 330만㎡(100만평) 이상의 무가 재배됐던 진부지역에는 가격하락으로 무를 산지 폐기한 농가들이 올해 재배를 꺼리면서 진부농협 추산 264만㎡(80만평)에서 고랭지 무가 재배되고 있다. 무 재배를 포기한 농가들은 대파와 당근으로 작목을 전환했다.
지난 5~6월 파종 물량의 경우 고온으로 결주, 조기 파종 물량은 냉해로 추대가 발생했다. 여기에 세균성 병과 고온으로 고사한 무까지 발생하면서 평년 작황보다 좋지 않은 실정이다.
평창군의 준고랭지 무 재배면적은 792만㎡(240만평)으로 평년과 비슷하다.
진부에서 고랭지 무를 재배하고 있는 권오덕 씨는 “지난 5월 27일 경 파종했는데 세균성 병과 고온으로 인한 결주, 고사한 물량까지 있어 평년 대비 작황이 좋지 않다”며 “진부지역은 상황이 비슷해 다음달 출하될 물량은 특품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씨는 “계약재배 이후 관리비, 포장·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무 상품 20kg이 1만3000원 이상은 나와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며 “장마 이후 고온이 심화될 경우 작황은 더욱 저조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익분기점이 1만3000원이 넘어야 한다는 이유는 계약재배 금액이 3.3㎡(평)당 1만1000원 정도며 후기 관리비가 2000원 이상 투입되기 때문이다.
장마 이후 폭염으로 인해 무름병이 발생하고 이후 다시 잦은 비가 내릴 경우 출하량이 크게 감소하고 상품성도 예상보다 하락할 수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1리에서 무를 재배하는 김선오 씨는 “무 가격 하락과 더불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강원도 평지 무의 상품성이 떨어져 전체 재배면적이 줄었다”며 “5월 파종한 무가 고온으로 피해를 입어 재파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석에 맞춰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추석 성수기에 출하되는 무의 작황은 대부분 양호하겠지만 역시 관건은 장마 이후의 날씨”라며 “무 가격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 또한 태풍, 비, 고온 등의 기후 때문”이라고 밝혔다.
# 산지 인력 부족 작업 어려워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다음달 무 가격을 평년과 비슷한 1만3000원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관건은 전라도 지역에 저장된 무 출하다.
전라도 지역에서 재배된 무가 아직까지 출하되지 않은 이유는 지난 4~5월 낮은 가격과 더불어 수확시기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종왕 대아청과 부장은 “지난 4~5월 수확된 무가 산지 인력 부족으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예상보다 많이 저장됐다”며 “8월에는 출고한 후 시장에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막연하게 무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장이 오래됐기 때문에 상품성이 고랭지보다 떨어지지만 과도한 물량이 출하될 경우 전체 시세를 낮추는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용 김치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무 가격이 평년과 비슷하게 형성되고 있지만 장마 이후 날씨와 저장무 출하가 관건이다.
전라도와 마찬가지로 인력문제는 강원도 고랭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계절근로자들이 입국을 하지 못해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으며 작업인부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작업반 단위로 움직이는 인력들이 있었으나 요즘에는 이들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게 산지 농업인들의 전언이다.
함원호 대관령농협 조합장은 “용역업체들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농업인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과도한 인건비로 인해 생산비가 40%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Interview] 함원호 대관령농협 조합장
“최근 2~3년 동안 배추, 무 가격이 낮게 형성돼 농업인들이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배추, 무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밥상물가가 비상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농업인들은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함원호 대관령농협 조합장은 “산지 농업인들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을 수차례 극복하고 힘들게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부는 소비자만 생각한다”고 토로하며 “소비자 위주의 관점으로 농업, 농산물을 내다본다면 미래에는 농업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 조합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용 김치 소비 증가로 주재료와 부재료의 가격이 지지돼 다행이지만 산지에서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생산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고령의 농업인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산물 가격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가격이 낮게 형성됐을 때는 아무도 농업인들을 생각하지 않고 가격이 조금 높게 형성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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