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의미와 향후 일정은
지난해 값 폭락에 농가 ‘눈물’ 어려운 조건에도 참여 폭발적
정부도 법 개정 등 적극 지원
수급관리 주체, 정부서 농가로 경작신고제 통해 선제적 대응
자율폐기·출하조절 책임 강화
8월 조직 정비·9월 본격 시행
농민신문 김소영 기자 2020. 07. 29.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은 노지채소 의무자조금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노지채소는 농민 등 이해당사자가 많고 유통경로가 다양해 뚜렷한 거출목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무자조금 도입의 불모지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양파와 마늘은 주산지가 광범위한 이른바 ‘전국구 품목’인 데다 재배농가도 월등히 많다. 양파만 하더라도 2019년 기준 4만3844농가, 마늘은 13만4484농가에 달한다. 의무자조금을 먼저 도입한 농산물 가운데 사과·포도를 제외하고는 농가수가 비교적 제한적이거나 주산지가 한정된 품목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이같은 어려움을 방증한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은 논의 초반부터 농가들이 큰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올 1~2월 17개 주산지 시·군 53개 읍·면 설명회를 개최할 때마다 농민들은 현장을 찾아 의견을 활발히 개진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도 기대 이상의 빠른 회원 가입 속도로 화답했다.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한 법적 요건(농업경영체 등록 재배면적 기준 50% 이상)을 이미 4월3일(양파는 3월30일)에 충족했으며, 7월23일 현재 전체 면적 기준으로 양파는 72%, 마늘은 67.7%가 회원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값 폭락 사태가 직접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이제는 고질적인 수급불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농민들의 열망이 밑거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농민의 책임 또한 크게 강화됐다는 점에서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도입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의무자조금단체는 생산·유통 자율조절 조치를 취하게 된다. 특히 경작신고제를 도입해 경작면적이 적정 재배면적 이상일 경우 면적조절과 산지폐기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한다.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규격을 설정해 생산과잉 때는 저품위 상품을 자율폐기·유통제한·출하조절을 한다. 생산성 향상, 안전성 제고, 수출 마케팅 등도 벌인다. 정부가 주도했던 수급관리사업들을 농민이 스스로 하게 됐고, 농민들이 해당 조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점은 채소 수급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다. 농민의 자조금 납부실적과 조치 이행 여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게 됐다.
달라진 정부의 자세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의무거출금 미납자에 대해선 각종 정책적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으로 이미 법을 개정해 11월2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조금제도의 오랜 병폐였던 ‘무임승차’를 막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이번엔 의무자조금단체가 출범한 것이고, 관련 조직은 8월에 정비된다. 농민이 내야 하는 거출금도 그때 결정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8월 개최하는 창립 대의원회에서 의장을 비롯한 임원, 11~21명의 의무자조금관리위원 등을 선출하고 사무국을 구성한다. 거출금 산정기준도 함께 마련한다. 9월엔 국내 최초로 경작신고 등 자율 수급조절 계획을 수립하고 농민·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본격 시행한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농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매년 반복하는 값 급등락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농민들의 열의 때문”이라면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와 사무국을 차질 없이 구성해 9월 국내 최초로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른 생산·유통 조절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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