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코로나 대응지침 강화 ‘3개월 후 출국’ 보증 추가 요구
베트남 정부 “발급사례 없다” 경북 영양군 도입 노력 물거품
신청 농가 “대체 인력 어쩌나” 관심 컸던 지자체·농민 실망
농민신문 영양=오현식, 영월=김윤호, 진안=황의성 기자 2020. 07. 27.
“외국인 근로자만 철석같이 믿었는데…. 제때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합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에서 고추·상추 등을 재배하는 임영수씨(65)는 영양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사업이 무산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임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입국이 막힌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군에서 갖은 노력 끝에 데려온다고 해 잔뜩 기대했다”면서 “그런데 정부의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못 들어온다고 하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7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군에 신청했고, 8월 중순부터 고추를 본격 수확할 계획이었다.
영양읍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김완태씨(53)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해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이용해 고추를 수확했다”면서 “수확기엔 일손이 집중되는 데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체할 인력도 없어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영양군은 군내 농촌의 심각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타이응우옌성의 계절근로자를 데려오기 위해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 300여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게다가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군 예산을 긴급 투입해 리조트를 임차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 운행을 멈춘 하늘길을 뚫고자 전세기까지 예약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최근 법무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에 관한 ‘코로나19 대응지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해외 유입이 증가하면서 법무부는 3개월 후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신속한 출국이 이뤄지도록 송출국인 베트남 정부의 출국보증서를 추가로 요구한 것.
이에 영양군은 오도창 군수까지 나서서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베트남 정부의 출국보증서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베트남 정부는 출국보증서를 발급한 사례가 없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격리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멀리 울진까지 가서 숙박업체와 계약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며 노력한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이처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에 앞장선 영양군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기에 관심을 기울였던 많은 농민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강원 영월에서 6만6115㎡(2만평) 규모로 머루·포도 등 과수농사를 짓는 김상경씨(56·영월읍)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막힌 탓에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려고 했더니 인건비가 너무 비싸져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영양군의 사례를 보며 내심 기대했는데 결국엔 성사되지 못했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의 고추농가 오영탁씨(74·마령면)도 “코로나19 여파로 작업 인력을 내국인으로 채워야 해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30% 늘었다”면서 “정부의 강화된 방역지침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마저 중단됐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도내 7개 시·군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348명이 한명도 들어오지 못해 인력난이 심각하다”면서 “정부끼리 협의를 통해 인력시스템을 정리해줘야지, 지자체가 책임지고 송출국 정부에 출국보증서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은 애초 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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