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값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5~6월 지지부진했던 산지 마늘값이 7월 들어 쭉쭉 우상향해서다.
산지 공판장이 일제히 문을 연 1일, 난지형 <대서종> 경락값은 1㎏당 2828원을 찍었다. 지난해(1500원선)의 갑절 수준이다. 졸였던 농심이 다소 펴졌다. 일주일 뒤인 8일엔 마늘값이 3613원으로 뛰었다. 15일 마늘값은 4036원. 모처럼 접해보는 ‘마늘값 4000원 시대’다. 22일 마늘값은 4053원. 어르신들의 주름살이 펴진다.
마늘값 상승을 이끈 일등공신이 정책 신뢰라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시장에 ‘믿으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줬고, 이게 먹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늘값은 ‘백약이 무효’였다. 작황이 너무나 좋았던 탓도 있지만 정부대책이 번번이 실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열리고 나서 대책을 내놓아도 늦지 않는다는 신중함이 패착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우선 통계청이 지난해 12월27일 사상 처음으로 마늘 재배면적 추정치를 발표했다. 농민들이 아우성친 결과다. 여기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측 방식을 바꿨다. 전화 등 유선 조사 방식을 현장 실측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한 자신감이 3월과 5월 수급안정대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3월1일 농식품부가 내놓은 수급안정대책은 이례적이었다. 마늘 구가 형성되기도 전에 507㏊를 갈아엎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5월1일 발표한 추가 대책은 과잉 생산분(5만2000t) 이상인 5만7000t을 매입·수출·소비하겠다는 것이었다.
농산물가격은 ‘심리’다. 정부대책과 산지 작황 소식에 상인들이 다급해졌다. 마늘만큼은 정부가 주시하고 있음을 눈치 빠른 상인들이 주목했다. 정부 수매가격(상품 1㎏당 2300원)도 주효했다. 값이 아무리 내려가도 2300원 밑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을 시장에 심어줬다. 이제는 정부 수매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부정책에 기댈 수는 없다. 올해 값이 좋아 내년에 많이 심을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돈다. 적정 재배를 위한 산지 자구 노력이 절실하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24일 간담회를 개최해 적정 재배를 촉구할 예정이다.
더욱이 8월엔 마늘 의무자조금이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다. 출범과정에서 일부 농민단체가 대의원 구성 비율을 더 많이 가져가겠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빈축을 샀다. 자조금은 양날의 칼이다. 산지가 하는 것만큼 정부가 나서는 구조다. 농민단체 관계자가 대의원수를 많이 가져간 만큼 책임도 크다.
정부도 현장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배면적 공표를 2~3월에 할 수는 없는 걸까. 단수를 고려한 생산량을 한지형과 난지형 두가지만이 아니라 한지형과 <남도종> <대서종> 등 세가지로 나눠 파악하면 어떨까. 경영비를 들여가며 애써 키운 마늘을 5월에서야 눈물을 머금고 갈아엎는 일이 없어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결국 문제와 답이 모두 현장에 있음을 마늘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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