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나 재산이 일정 기준보다 많은 농민은 7월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그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그동안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거나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보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농민의 경우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농업계는 보험료 지원 중단으로 절감된 재원을 취약농가를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소득·고액재산가 농민 지원 제외=정부는 1995년부터 농민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에 따른 농업분야 지원 대책의 일환이다. 초창기에는 보험료의 3분의 1을 지원하다 2003년부터 50%로 올렸다. 2019년 기준으로 36만3780명(어민 포함)이 월평균 4만1518원을 지원받았다. 다만 본인 소득이 기준소득금액(97만원)보다 높을 경우 기준소득금액의 4.5%인 4만3650원을 정액 지원받고 있다.
보험료를 지원받으려면 ▲농업소득이 농외소득보다 많고 ▲농외소득이 전년도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12배(2020년 기준 3037만원) 이하여야 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이 두 조건만 충족하면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소득을 올리거나 재산이 많은 농민까지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고소득·고액재산가 농민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이 지난해 12월31일 개정됐고, 올 7월1일 시행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는 시행에 앞서 보험료 지원에서 제외하는 구체적인 소득 및 재산 기준을 고시로 정해 6월10일 행정예고했다.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아도 지원=고시에 따르면 종합소득이 6000만원 이상이거나 재산이 10억원(과세표준액) 이상인 농민이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종합소득에는 사업·근로·이자·배당·연금·기타 소득이 포함되는데, 농민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농업소득이다.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농업소득의 경우 과세소득만 포함된다. 곡물 및 식량작물 재배업을 통해 올리는 소득은 전액 비과세다. 채소·화훼·과실 재배의 경우 수입액 10억원 이하는 과세되지 않는다. 축산업은 농가 부업규모 이하가 비과세다. 소는 50마리, 돼지는 700마리, 닭·오리는 1만5000마리가 기준이다. 이 마릿수보다 적게 사육하면 과세 대상 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제로(0)라는 얘기다.
재산에는 농지·주택·건물 등이 포함된다. 예금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는 소득으로 분류된다. 농지의 경우 과세표준액이 10억원인 곳은 공시지가가 14억원, 시가는 약 21억원이다. 전 재산이 시가로 21억원 이하인 농지만 소유한 경우라면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료 지원을 받는 소득·재산 기준이 설정되면서 농외소득 관련 조항은 삭제됐다.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거나 농외소득이 2020년 기준으로 3037만원보다 많아도 보험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농민신문>은 지난 2018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기준이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아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여러차례 촉구했었다.
◆기준소득금액 인상 등 필요=정부가 이번 고시 제정으로 일부 고소득·고액재산가 농어민은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서 제외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존에 보험료 지원을 받던 농어민의 약 1%가 제외될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계는 보험료 지원이 중단되면서 절감되는 재정을 취약농가 지원 확대에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준소득금액 인상이 대표적이다.
기준소득금액은 2015~2018년 91만원으로 묶여 있다 2019년에서야 97만원으로 인상됐다. 기준소득금액이 높아질수록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커진다. 농식품부는 기준소득금액을 103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일정 소득 이하의 농민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50% 지원도 소규모 영세농가나 청년농민의 경우 부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어민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35.6%(2018년 기준)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보험료 지원 일몰기한을 폐지해 영구화해야 한다는 것도 농업계의 의견이다. 현재 보험료 지원 기한은 5년 단위로 연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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