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도 도입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여당이 특수고용직노동자 등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농민·소상공인 등에 대한 논의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특수고용직노동자의 4대 보험 적용 확대 등 취약업종 보호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 이어 전 국민 고용보험제 추진 의사를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같은 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은 특수고용직노동자와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22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개정안은 앞서 20대 국회에서 예술인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한 특례조항을 ‘노무제공자와 예술인’으로 바꿔 명시했다. 개정안 통과 땐 대리운전 기사나 보험설계사, 배달대행 기사 등도 실업급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고용보험 대상 확대에 속도가 붙은 반면 논의에서 소외된 노동자도 적지 않다. 농민도 그중 하나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농림어업 중 법인이 아닌 자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을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에 따라 농민 대부분이 실업급여·모성보호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이농, 지주의 농지 임대차 계약 파기 등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때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거나 재기 기반을 마련해줄 사회안전망도 마땅치 않다. 농업계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면서 농민을 대상으로 한 논의는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진행 중인 농민 고용보험 담론도 국회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 원외정당인 민중당은 농민 등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제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민중당은 9월 전에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이 법률 제·개정 등에 대한 청원을 인터넷에 올린 후 30일 안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위해 민중당은 7일 ‘전 국민 고용보험 국민발안위원회’를 발족했다. 향후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동의하는 30만명의 발안위원을 모집할 방침이다. 민중당 관계자는 “농림어업종사자와 영세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실업급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당사자들과 함께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설계하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면 재정건전성, 소득 파악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일반 근로자처럼 급여를 받지 않는 농민은 보험료 산정을 위해 소득 파악체계가 필요한 대상으로 지목된다. 임소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등록 같은 체계를 마련해 소득을 신고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소득 파악체계가 만들어지면 영세소농의 경우 근로장려금 대상에 포함되는 등 농민들에게 여러 혜택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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