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올바른 유통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돌입하면서 어떤 유통 혁신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회는 농협이 농축산물 유통 혁신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달 23일 출범시킨 것으로, 각계 전문가와 농·축협 조합장 등 28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위원장을 맡은 여인홍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으로부터 농산물 유통 혁신의 방향과 위원회 운영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농업이 좀더 성장하려면 유통이 발전해야 한다. 농산물을 제값에 팔지 못하면 생산농민들의 노고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없어서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 혁신은 농업부문의 난제로 꼽힐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모두가 농산물 유통 혁신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30년 이상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 점이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위원회 참여 제안이 들어왔을 때 농업 발전에 기여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지금처럼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는 대변혁기야말로 유통 혁신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해 흔쾌히 수락했다.
- 요즘이 농산물 유통 혁신 적기라고 보는 이유는.
▶이미 몇년 전부터 4차산업혁명, 온라인시장 성장 등 유통환경의 변화 요인이 많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속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유통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농산물 교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례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마자 베트남이 쌀 수출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처럼 농산물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식량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농산물 교역이 안되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이야말로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다.
- 농산물 유통 혁신에서 농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농협의 존재 이유는 농민들의 권익 증진이고, 삶의 질 향상이다. 농민만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인 셈이다.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을 농민에 맞춰야 한다. 농협이 유통 혁신에 나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 역시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 농협은 대형 유통업체, 물류업체, 식품업체 등 여러 산업체와 모두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경쟁은 장기적으로 어렵다.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민간업체들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농업의 발전을 이끌고 농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 향후 위원회 운영 계획은.
▶ 위원회 활동만으로 농산물 유통의 일대 혁신은 어렵다고 본다. 뭔가 하나라도 바꿔놓겠다는 게 목표다. 출범식 때도 한 얘기지만 위원회는 우리 농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부적인 사업을 논하기보다 농협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큰 틀을 정하는 것부터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다른 위원들에게는 농업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자고 말해놨다. 농협 실무진에게도 오랫동안 해온 사업이니 개선해가면서 유지해야 한다는 발상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위원들은 혁신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세부적인 방안은 농협 실무진으로 꾸려진 유통혁신추진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유통 혁신의 방향만 제대로 정해지면 실무진들이 새로운 룰에 입각해 정말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추진하면 된다.
[농민신문] [한눈에 보는 시세] 감자, 시세 급락…반등 쉽지 않을 듯 
[농민신문] 한유련 회장에 최병선씨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