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손해 뻔한데 협의 없어”
기존보다 등급 세분화시켜 등외품 늘어 값 하락 예상
농가, 서울시공사도 질타 “중재 않고 사실상 방관”
농민신문 박현진 기자 2020. 05. 13.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복숭아 경매단위를 일방적으로 변경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5㎏ 한상자 기준 4등급(10개 이내, 11~14개, 15~18개, 19~23개)으로 실시하던 복숭아 경매를 올해부터 5등급으로 세분화하겠다고 산지와 협의 없이 제멋대로 결정한 것이다.
변경된 5등급은 10개 이내, 11~12개, 13~15개, 16~17개, 18~20개로, 1개 등급을 추가하면서 중소과로 거래되던 4.5㎏ 한상자당 21~23개를 등외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경매단위 변경은 과실중도매인들의 요구를 도매시장법인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복숭아 주산지와 전혀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매시장이 특정 농산물의 경매단위를 변경하면서 산지와 협의조차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주산지 관계자들은 뒤늦게 경매단위 변경 소식을 접한 뒤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지조직의 한 관계자는 “도매시장이 경매단위를 변경하면서 산지의 의견조차 묻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고, 일방적으로 결정해놓고 수용하라는 식이어서 더욱더 황당했다”면서 “전형적인 도매시장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좀 있으면 복숭아가 출하될 시점인데, 이제서야 경매단위가 바뀐 소식을 접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직까지 경매단위가 바뀐다는 것을 모르는 산지도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매단위가 바뀌면 농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거세다.
기존에 경매단위에 포함됐던 4.5㎏ 한상자당 21~23개 중소과는 사실상 등외로 분류돼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경매단위가 늘면 경매시간도 지연돼 복숭아의 품위 하락이 심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지에 일방적으로 불리할 게 뻔한 경매단위 변경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는데도 적절한 중재 없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다.
공사 관계자는 “포장 규격이 아닌 경매단위 변경은 유통주체간 합의만 이뤄지면 가능하다”며 “아직까지 주산지로부터 관련 민원도 제기되지 않아 개입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주산지와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도매시장이 일방적으로 경매단위를 변경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