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 이후 비산 농약 분쟁이 잇따르고 있지만 비산 농약으로 인한 농가 피해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pls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정부에서 비산 농약으로 인한 농가 피해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근에서 살포한 농약 물질이 날아오는 비산 농약 문제는 이전부터 친환경농가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pls 시행 후에는 이로 인한 피해가 더욱 확대됐다. pls하에서는 키우는 작물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 검출될 경우 농산물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제가 늘어나면서 비산 위험성은 더 커졌다.
경기 고양의 한 농가는 “출하 전에 하우스 문을 열어뒀더니 잔류농약 검사에서 살포하지도 않은 농약이 검출됐고, 애써 기른 부추를 전량 폐기하도록 명령이 떨어졌다”며 “이웃이 안전하게 농약을 살포하길 기대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비산 농약 피해가 발생하면 농민은 개별적으로 농촌진흥청 고객지원담당관실에 연락해 농약 검출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고객지원담당관실은 분쟁을 조정하거나 해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분쟁 상대방이 검사를 거절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비산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웃 농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부담이라 결국 농가는 피해 보상을 포기하기 일쑤다.
경기 연천의 한 인삼농가는 “인삼밭 옆에 있는 논에서 약을 칠 때 약제가 넘어와 피해를 봤지만 한동네 사람끼리 법적 싸움까지 해야 하나 싶어 망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비산 농약 피해가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비산분쟁조정위원회(가칭)’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언제 기구가 마련될지 불투명하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가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셈이다.
정부가 마련한 ‘농약 살포 매뉴얼’이 있기는 하나 피해를 본 농민을 구제해주는 수단이 아닌 농약을 살포한 농민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무인 항공방제 매뉴얼은 pls 시행 전에 나왔지만, 일반 농가에서 더 자주 사용하는 지상방제기 매뉴얼은 pls 시행 16개월차인 올 4월에서야 발표됐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장은 “pls를 어겼을 때 농민에게 부과되는 불이익은 명확한데, 이를 의도치 않게 어겼을 경우의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영농철을 맞아 지금도 농민들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데, 만약 농약이 비산되면 전량 폐기 등의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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