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가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은 시장을 오히려 후퇴시킨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상장예외거래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고, 최근 거래 행태가 유사한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거래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시설 현대화라는 현안 사업 진척도 지지부진해 시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구리시와 구리농수산물공사는 현재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제도 규제완화 추진 행정예고’를 진행 중이다. 월 거래 금액 기준을 낮추고 법인과 부류별 할당제를 폐지하는 등 상장예외품목 허가 조건 완화가 주요 골자다. 상장예외거래는 상장을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이 산지와 직접 거래를 하는 구조로, 구리시와 공사는 오는 14일까지 의견 제출을 받고 이달 중에 규제 완화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장 내 도매법인들은 상장예외품목 허가 조건 완화가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수입 농산물 등 특정 품목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배포한 강서시장 거래실적에서 상장예외품목은 2018년 대비 2019년 거래물량이 22.3%, 거래금액이 63.4% 성장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상승의 주요인으로 포도(수입, 195.6%↑)와 고사리(87.8%↑) 등 수입이 주인 농산물을 들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말 상장예외품목 운영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했고, 현재 강서시장에서 거래행태가 유사한 시장도매인제에 대한 거래 투명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를 너무 조급히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구리시장 내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인 시설 현대화에 대해선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한마디로 사업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
시장의 한 유통인은 “시장 내 가장 큰 현안은 낙후된 시장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시설 현대화 자금도 내려왔는데 시장 이전만 생각하고 아무 진척도 없다”며 “시장 이전도 유통인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언론 보도로만 알게 한다. 사업 앞뒤가 바뀌어도 나무 바뀌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리시장에선 수산과 청과 부류 간 온도 차도 감지된다. 상장예외거래가 완화되면 당장 법인 거래 규모가 작고 산지에서 1차 경매도 진행되는 수산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과 부류도 불똥이 옮겨 붙을 수 있어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이에 수협공판장과 시장 내 수산·청과 법인들은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구리시에선 처음에 상장예외거래 완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 시장 현안과 중장기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없이, 사업 우선순위에 대한 점검도 없이 무리하게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소송을 통해 해당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리시에선 이번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담당자를 바꿔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리시 해당 담당자는 “오늘 자(2일)로 인사이동을 받아 상장예외거래 규제 완화 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이 부분은 전임자에게 문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의 한 유통인은 “시장 내 큰 논란이 있는 정책이 진행 중이고, 의견 수렴 기간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이동 건만 봐도 알 수 있듯 개설자가 도매시장을 너무 안일하게 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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