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철 눈앞인데 시름 깊어진 농가
일손 달려 농사차질 불 보듯 인건비 올라 부담 가중 우려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0. 03. 23.
“4~5월 농촌에 일손 대란이 우려돼요. 외국인 근로자가 새로 들어오진 않고 그나마 있던 이들마저 나가버리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3월말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까지 늘면서 그동안 궁여지책으로 이들을 써왔던 농가들은 농번기 일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민 출국 제한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지연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계절근로자 4797명 가운데 가장 많은 2173명(45.3%)을 배정받은 강원도는 베트남·필리핀 등에서 들어오기로 한 500~600명이 입국을 연기한 상태다.
계절근로자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농가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강원 영월의 한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개학 연기로 부모 대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집이 늘어나면서 할머니 일손도 구하기 어려워져 당장 아주심기(정식)가 걱정”이라며 “요즘 같은 경기에는 일손을 어렵게 구한다고 해도 농산물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어 영농규모를 아예 줄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속앓이했다.
문제는 일손 신규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던 일손마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월3일~3월5일 약 한달간 불법체류자 1만5314명이 자진출국하겠다고 신고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자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이 급증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체류 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범칙금을 물리지 않고 재입국을 허용해주고 있다. 올 3월11일부터는 온라인 자진출국 신고제도도 도입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엑소더스(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를 지켜보는 농민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농가들이 가파르게 오르는 임금과 농촌의 고질병인 인력난을 견디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을 써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마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고 있다.
경남 합천의 한 마늘농가는 “인력난이 가장 극심한 4~6월 알음알음 국내 체류 외국인 10~20명을 고용해왔는데 올해는 (인력사무소 등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푸념했다. 제주에서 양파·마늘을 재배하는 한 농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사무소에 전화해도 작업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양배추 수확은 겨우 마쳤지만 3월말 시작되는 마늘 수확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 부족현상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농가 경영비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전남지역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계절근로자 입국이 지연되는 데다 그나마 한국에 남아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코로나19 감염문제로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4~5월엔 일손 대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농가가 내국인을 쓰든 외국인을 쓰든 어느 정도의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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