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식재료 생산농민
일부 폐농·출하조직 적자 급증 조속한 피해 최소화 대책 호소
자녀 돌봐야 할 농민 본격 영농철 맞아 양육부담 커
일손 구하기 어려워 더욱 막막
농민신문 김소영·양석훈 기자 2020. 03. 20.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일이 4월6일로 2주 더 미뤄지면서 학교급식 식재료 산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농촌지역 보육 대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농업분야 2·3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17일 2020학년도 개학일을 3월23일에서 4월6일로 추가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개학일을 3월2일에서 9일로 늦췄고, 3월23일로 재차 연기했다.
개학이 5주 뒤로 밀리는 초유의 상황이 닥치자 학교급식 식재료 생산농가 일부는 폐농 단계에 돌입하고 전담 출하조직은 사업을 접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정호 우리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56·충남 천안시 북면)는 “깻잎·당근·무 등을 7600㎡(2300평) 규모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해 학교급식용으로 공급해왔지만 다 자란 깻잎(990㎡·300평)은 출하를 못할 게 뻔해 아예 뽑아버렸고, 한창 크고 있는 무·당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교급식용 딸기·상추를 재배하는 한상진씨(48·천안시 풍세면)는 “3월2일 두번째 연기 발표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지에서 1주일에 2번씩 딸기를 주문해줘 근근이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물량처리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농가 대부분은 이른바 ‘찹찹이 선별’ 등 주류 유통망 상품화 방식에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도매시장에 출하해도 푸대접을 받기 일쑤”라고 고개를 떨궜다.
산지출하조직도 비상이 걸렸다. 3월23일에 맞춰 식재료 공급을 준비 중이던 천안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은 이날 교육부 발표로 출하계획을 전면 접었다. 김충구 대표는 “3월 매출 40억원이 고스란히 사라지면서 우리 법인도 한달에만 1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해졌다”면서 “최소한의 운영비라도 줄이자는 심정으로 25개 저장시설의 전원을 모두 껐고, 3월 넷째주부터는 직원들에게 3일씩 연차휴가를 쓰게 할 계획”이라고 울먹였다.
돌봐야 하는 자녀가 있는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농사일이 속속 시작되면서 아이를 가정에서 돌보기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여섯살 아이를 둔 사과농민 김경희씨(46·경북 의성)는 “사과는 가지치기와 방제작업 등 봄농사가 이미 시작됐다”면서 “남편과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려면 일손을 구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은 둘째치고 코로나19로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거듭된 개학일 연기는 예상이 됐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지만 학교급식용 농산물의 대체판로 확보방안이나 농촌맞춤형 보육대책이 제때 나오지 않아 농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학교급식 농산물 중 친환경농산물이 55%에 달해 친환경농산물 소비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대책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아직 수요확대를 위한 뾰족한 대책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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