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근채소 수급불안을 틈타 중국산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반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위기감이 커진 생산농가와 출하자단체가 정부와 시장 개설자에게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지유통인 조직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는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정가·수의매매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보냈다. 최근 가락시장에서 드러난 중국산 세척무·양배추·대파 반입 시도가 정가·수의매매로 이뤄진 탓이다.
한유련은 건의문에서 “정가·수의매매가 경매의 가장 큰 단점인 경락값 진폭을 줄이는 게 아니라 수입 농산물을 잘 팔아주는 제도로 정착될까 우려스럽다”며 “정가·수의매매로 수입 농산물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관련법 조항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 혹은 중도매인(매매참가인) 요청’으로 거래를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이때 농산물의 수집주체인 도매법인은 거래에 적합한 출하자와 중도매인을 연결하고 중간에서 물량·품위·가격·반입시기 등을 조율한다.
문제는 수입 농산물의 경우 출하자(수입업체)와 중도매인이 사전에 거래교섭을 끝낸 다음 형식만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매법인의 담당 경매사조차 모르는 사이 경매장에 무작정 수입 농산물을 하역해놓고서 ‘정가·수의매매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런 거래방식이 횡행하는 데는 각 주체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수입업체는 따로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고 공영도매시장의 안전 대금결제 기능까지 활용해 유리하다. 중도매인도 경락값이 드러나는 경매와 달리 ‘마진율’을 감출 수 있다. 도매법인 역시 이득을 본다. 지금까진 생산농가의 반발 탓에 수입업체와 중도매인을 설득해 수입 농산물을 회송시키고 있으나,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땐 별다른 역할 없이 수수료 수입이 생긴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중도매인이 정가·수의매매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수입 농산물을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하려는 꼴”이라며 “농식품부는 물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강력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건의문을 접수한 농식품부는 우려엔 공감하지만 수입 농산물의 거래 자체를 막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농가와 출하자 입장에서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공사 역시 정가·수의매매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절차를 어긴 사례가 드러나면 행정처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한편 월동채소 주산지인 제주의 생산농가들은 12월4일 공사 앞 상경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수입 농산물의 무분별한 도매시장 반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내일신문] 수입농산물 때문에 못 살겠다 
[한국농정] 허울뿐인 정가·수의매매, 농민 가슴에 대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