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되면 시중가 예측 가능…수입업체들 ‘간 보기’ 시작
5일 한 수입업체, 중국산 세척무 도매법인 한곳에 무작정 하차
7일엔 중국산 양배추 반입 두번 다 전량 돌려보내
산지 강력 반발…“방관하면 수입 물꼬 트는 기회될 수 있어”
산지유통인 과도하게 저장 말고 정부 검역활동 철저히 해야
중국산 세척무가 국내 유수의 농산물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될 뻔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는 불발됐지만 중국산 세척무를 시중에 유통시키려는 수입업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월 이후 잇단 태풍영향으로 산지 작황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입 무의 주류 유통망 반입설이 끊이지 않아왔다. 여기에다 중국산 양배추마저 도매시장 거래를 시도하다 무위로 끝나는 일이 벌어졌다.
5일 저녁,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a도매법인 채소경매장 한구석에서 허름한 천으로 덮어놓은 세척무 팰릿 5개(20㎏들이 200여상자)가 발견됐다. 포장상자 겉면엔 ‘신선무우’라는 글씨가 선명했고,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 스티커엔 ‘원산지 : 중국’이라고 찍혀 있었다. 한 수입업체가 도매법인과 사전 협의 없이 경매장에 무작정 내려놓고 간 것이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a도매법인은 해당 업체에 물량을 전량 돌려보냈다.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일 오후 6시쯤 같은 도매법인 경매장에선 중국산 양배추를 놓고 유통인들이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이미 8개 팰릿(15㎏들이 388상자)은 경매장에 내려진 채였고, 중국산 양배추를 가득 실은 5t 윙바디(자동화물)차량에서 하역작업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산지유통인 단체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관계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최병선 한유련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이은 태풍피해로 농민과 산지유통인 모두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의 무분별한 수입 농산물 취급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도매법인은 중국산 양배추 역시 하역작업이 이뤄지기 전까지 반입됐는지를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양배추는 한시간쯤 지난 후 모두 회송됐다.
유통인들 사이에선 이번 일들이 수입업체의 ‘간 보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산 세척무가 도매시장에서 경매되면 시중에 적용 가능한 가격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이에 도매법인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입업체를 설득해 회송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매법인은 수탁을 거부할 수 없는데, 수입업체가 이를 물고 넘어질 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돌려보낸다고 해도 장외거래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소비지나 식자재업체에 뿌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산지에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세척무의 경우 수입 물꼬가 트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격앙하는 분위기다. 가락시장에서 중국산 세척무가 공식거래된 건 2010년 국내 공급량이 크게 부족할 당시 정부가 수입을 장려해 이뤄진 경우 말고는 없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은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세척무를 대량으로 들여올 준비를 끝냈고, 심지어 우리 국민이 우리 종자를 반출해 중국 남부지역에서 최근 파종, 70여일 만인 내년 2월 국내에 유통시킬 계획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부는 검역을 강화하고, 국내 산지유통인도 현재 과도한 저장을 지양해 값 급등 우려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양배추 농민이자 산지유통인인 김광진씨(54)는 “양배추는 현재 충남 서산과 전남 무안 등이 주산지로 공급량이 충분한 상황”이라면서 “1년 가까이 시세가 물류비도 못 건질 만큼 초바닥세였다가 최근 3주가량 평년 수준을 겨우 넘는 회복세를 타는 시점에서 수입 양배추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은 산지 어려움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이익만 극대화하겠다는 수입업자들의 이기적인 처사”라고 질타했다.
박현진·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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