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개시도 하기 전에 수급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만 해도 ‘발에 채였던’ 김장용 가을배추·가을무가 올해는 한포기, 한상자 전부 ‘옥동자’여서다. 일부 산지와 유통가에선 ‘농산물 귀한 줄 알게 하고, 값 하락의 긴 사슬을 끊었다’는 반가움도 묻어나지만, 대체적으로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전체 농가소득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아쉬움이 적잖다. 수확이 임박한 충남지역의 배추밭, 전북지역의 무밭을 10월28일 동시에 둘러봤다. 마침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을 내놨다.
충남 홍성 배추밭
태풍에 쓸리고 뿌리혹병 번져 비닐피복 도입 밭은 작황 양호
가락시장 10월말 배추 도매값 평년 대비 갑절 가까이 올라
농협, 영양제 할인공급 등 상품성·생산량 향상 최선
“작황이유? 저 아래(전남 해남)보다는 나은 편이지유. 우리 지역은 ‘비닐피복재배’를 올해 처음 도입했는데 운 좋게 딱 맞아떨어졌슈. 그렇지만 안 좋은 밭은 건질 것도 없구만유.”
느긋하기로 유명한 충남지역 사람들의 말이 빨라졌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얼굴에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10월28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일대 배추밭에서다.
가을배추 주산지인 이곳은 도매시장보다는 강원 대관령원예농협과 경기농협식품조합공동사업법인 등 계통 거래처에 주로 공급한다. 김장철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자체 절임배추공장의 원료로도 쓴다. 올해도 판매경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생산량이다. 이석원 결성농협 전무는 “배추 재배면적 자체가 20% 이상 줄기도 했지만, 아주심기(정식) 직후에 닥친 태풍 ‘링링’ 때 많은 물량이 진작에 결딴났다”고 말했다. 결성배추작목반의 평년 재배면적은 33만여㎡(10만평)다. 3.3㎡(1평)당 10포기가 심기므로 100만포기가 식재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식재물량 자체가 75만~80만포기로 줄었고, 식재물량 중에서도 수확할 수 있는 건 60만포기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주율이 20~25%인 셈이다.
실제 돌아본 밭은 작황편차가 꽤 컸다. 잎도 무성하고 결구가 잘된 밭도 많았지만 상태가 심각한 곳도 적지 않았다. 밭면적의 3분의 2가량이 나대지처럼 변한 곳은 태풍피해를, 배추포기는 많지만 누렇게 주저앉은 밭은 뿌리혹병피해를 봤다는 게 농민들의 얘기다.
이천범 결성농협 조합장은 “태풍에 용케 살아남은 것들도 제대로 크질 못했다”면서 “그나마 군이 약제비 지원 등 뿌리혹병 예방에 신경을 써주고 농협이 피복재배를 장려한 덕에 피해가 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발표한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에 따르면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21% 감소한 110만t에 그칠 것으로 파악된다.
도매값은 10월말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10㎏들이(3포기) 상품 한망당 9000원선에 형성되고 있다. 평년(5303원)보다 갑절 가까이 높은 값이다.
농협경제지주 원예사업부 관계자는 “김장철에 배추 한망당 도매값이 9000~1만2000원에서 안정적으로 형성된다면 유통인이나 정부·소비자가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김장을 많이 담글 수 있도록 영양제 할인공급 등을 통해 배추 상품성과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