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배추값 약세 지속 원인 중 하나로 ‘큰 구’ 지목
강원 고랭지 출하물량 대부분 구 비대 잘되는 ‘마쓰모’ 품종
한통 최대 5㎏·한망 15㎏ 나가 가구원수 감소 등 현실과 괴리
적절한 품종 개발·보급하고 시장유통인들 선호 분석해야
양배추 시세가 평년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본지 9월20일자 7면 보도). 날씨 여파로 22일 반짝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평년을 밑돈다.
이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양배추 경락값은 8㎏들이 상품 한망당 6937원으로 직전일(20일) 3222원에 견줘 껑충 뛰었다. 제17호 태풍 ‘타파’ 영향으로 수급불안을 우려한 중도매인들이 구입에 적극적으로 돌아선 때문이다. 그래도 전년(1만513원)보다는 34%, 평년(7542원)보다는 8% 낮다. 22일의 반짝 상승은 일시적인 흐름일 뿐 앞으로의 값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양배추 시세하락 장기화의 요인 중 하나로 구 크기가 꼽힌다. 현재 출하되는 양배추는 강원산 고랭지양배추다. 강원지역은 몇년 전만 해도 다른 품종을 재배했는데, 올들어 <마쓰모>라는 품종의 재배가 크게 늘었다.
최형준 태백농협 마케팅팀장은 “일부 농가들이 알음알음 심었던 이 품종이 지난해 이상기후 상황에서 유통인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엔 전체 출하물량의 97%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마쓰모>는 원래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지역에서 중만생종으로 즐겨 심던 품종이다. 단단하고 익었을 때 쪼개짐이 덜할 뿐 아니라 구 비대가 잘된다는 특징이 있다. 생육여건이 좋으면 한통당 무게가 5㎏까지 나간다.
송영종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사는 “과거엔 장점이었던 큰 구가 요즘처럼 인구구조가 변하고 농산물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구원수가 적어 양배추 한통을 다 먹으려면 며칠이 소요되는 까닭에 재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매시장에서 8㎏들이 그물망포장(3개들이) 양배추의 무게를 재보면 13~15㎏에 이르는 것도 수두룩하다. 이런 이유로 소매매장에선 절반이나 4분의 1로 소분한 것들이 팔리는 게 보통이다.
이에 따라 양배추를 포함해 소비구조 변화를 고려한 적절한 크기의 국산 채소류 품종들이 보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해규 농우바이오 국내사업본부장은 “수박의 경우 지나치게 큰 것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거나 운임비 등 생산원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어 적절한 크기의 품종 보급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배추를 포함한 채소·과채류분야에서도 소비구조 변화에 맞는 품종 개발과 보급, 시장 유통인의 우대성향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