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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소비지 유통 급변하는데 농산물 도매시장은 ‘제자리걸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7-15 조회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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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체 수집기능 강화…소분·가공 물류센터까지 갖춰 
도매시장 개선 시급…정산기구 도입해 중도매인 경쟁 유도해야 
신규 매매참가인 영입…예약형 정가·수의매매 시행도 필요

“이대로 가다간 도매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한순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대형마트는 점차 도매시장을 통한 농산물 매입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강원 춘천 강원대학교 60주년기념관. 한국식품유통학회가 ‘소비구조의 변화와 농식품유통의 과제’란 주제로 연 하계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 섞인 전망을 쏟아냈다. 소비지 변화 속도에 견줘 농산물 유통의 핵심경로인 도매시장의 변화가 너무 더디다는 질타였다.

학회장인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도매시장이 공공성·공익성과 동시에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자본이 장악한 소비지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지금처럼 제자리걸음을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자체적인 농산물 수집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도매시장의 등급화·규격화된 농산물로는 부가가치 창출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다. 소분·가공·저장 기능을 두루 갖춘 대규모 물류센터도 속속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롯데마트가 지난해 3월 충북 증평에 설립한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다.

양석준 상명대학교 교수는 “기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달리 물류센터와 식품가공센터를 합쳐놓은 형태”라며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벌크 상태로 매입한 뒤 소분·가공·저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냥 원물을 가져오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방식이니, 산지 apc와 농가의 교섭력 약화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도매시장의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처럼 경매에만 안주한다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산기구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중도매인의 도매법인 소속을 실질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며 “도매법인에서 수집한 농산물을 놓고 더 많은 중도매인이 경쟁토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가·수의매매도 기존처럼 도매시장에 농산물이 반입된 다음에 교섭을 해선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신규 매매참가인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긴 안목에서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로 거듭나야 옳다”고 덧붙였다.

안재경 농협경제지주 푸드플랜국장 역시 “최근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다”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농산물 유통경로이기 때문에 경락값 등락폭 완화와 중도매인 규모화 같은 정책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체질을 바꿔야 하는 건 산지도 매한가지라고 진단했다. 유통업체나 도매시장에서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부소장은 “산지가 소비지에 먼저 상품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나가야 한다”며 “산지조직이 연대해 신품종·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산지는 산지대로 도매시장은 도매시장대로 따로 놀고 있다”며 “지금 같아서는 통합마케팅 산지조직과 일반 농가가 도매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가·수의매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산지와 도매시장 모두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춘천=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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