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출하자 대부분 영세·고령농
기존 컨테이너출하 허용 마땅
농가 “현실 모르는 소리” 반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제주도 농민들이 양배추 하차거래 시행을 위한 세부 실시 조건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12월 중순 이후부터 제주 양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칫 제주 양배추 출하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공사와 제주도 및 제주도 양배추 출하 농가들은 지난 11월 서울시와 제주도가 양배추 하차거래 시행을 위해 합의한 내용의 구체적 방안을 조율해 왔다. 이에 제주도 농민들과 관내 3개 농협이 서울시공사에 양배추 하차거래 시행에 대한 조건을 제시했고, 이에 서울시공사가 지난 11일 답변을 내 놓았지만 오히려 갈등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공사의 입장은=서울시공사는 제주도 농가 및 관내 농협의 건의사항이 당초 합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단순히 제주 양배추 하차거래의 1년 유예를 요구하는 내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서울시공사는 3가지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우선 양배추 팰릿 출하 예외 적용의 기준을 산지유통인과 농협 계통 출하자는 전량 팰릿 하차거래를 하고, 개별 농가는 컨테이너 출하를 허용토록 했다. 다만 출하물량을 1인 1일 2개 컨테이너 출하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출하자의 물류비 지원 기준도 팰릿당 비닐 랩핑은 기존 3000원에서 5000원으로, 그물 커버는 기존 3000원에서 8000원, 종이 박스는 기존 6000원에서 1만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경매방법에서는 팰릿 출하물량을 우선 경매하고 컨테이너 출하물량은 별도 장소에서 경매하는 한편 컨테이너 반입은 다음날까지 반출하는 것이 조건이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우리는 큰 틀에서 팰릿 하차거래를 시행하고 일부를 기존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주 농가들이 제시한 조건은) 하차거래 시행이라는 대전제 자체가 조율되지 않았다”고 답변의 배경을 설명했다.
▲농가 반발 예상=서울시공사의 답변을 두고 제주 양배추 농가들은 농가들의 현실을 모르고 내 놓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공사가 팰릿 하차거래의 대상에 농협 계통 출하자를 포함시킨 것을 두고 당초의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와 제주도는 영세·고령농은 기존 컨테이너 출하를 한다고 합의했다. 제주 농가들은 농협 계통 출하자의 대부분이 영세·고령농이기 때문에 이들을 팰릿 하차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주의 한 농가는 “영세하고 고령의 농가들은 개별 출하를 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농협의 계통 출하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울시공사가 산지의 여건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여기에 팰릿 출하물량을 우선 경매한 후 컨테이너 출하물량을 별도 장소에서 경매하는 것을 두고도 서울시공사가 하차거래를 명분으로 농가들이 애써 키운 농산물의 가격을 차별하는 정책을 편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주 농가들은 경매의 차등을 두면 우선 경매되는 물량이 당연히 높은 가격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출하물량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김학종 애월양배추생산자협의회장은 “(공영도매시장이) 같은 농산물을 두고 차별을 두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말이 되냐”며 “육지 양배추 출하가 마무리되면 제주산 양배추가 본격 출하되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서울 가락시장으로 물량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