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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또 시작된 ‘농산물 탓’ 보도 농가 부글부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8-10-12 조회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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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농산물값 물가 견인” 작황부진 등 배경설명 생략 
소비자 구매의욕 저하 부추겨 소득침체 겪는 농가부담 가중 
과일·과채, 이상기후 여파 극심 출하량 줄어 명절 대목 실종 약제·인건비 부담만 되레 증가 
10월 도매시장 출하, 전년보다 사과 12%, 배 16% 급감할 듯

“사과농사를 35년 동안 지었지만, 올해는 정말 유례가 없는 흉작입니다.”

박한규씨(충북 충주·68)의 말끝마다 한숨이 달라붙었다. 그는 “연초 언피해부터 시작해 불볕더위·폭우·태풍까지 도저히 농사를 짓기 어려운 날씨가 이어졌다”며 “작물관리를 위해 밤낮없이 매달렸는데도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했다.

박씨의 이러한 하소연에는 이유가 있다. 2017년만 하더라도 4958㎡(1500평)의 과수원에서 <홍로> 8750㎏가량을 얻었다. 그런데 올해는 수확량이 5000㎏도 안 된다. 더구나 특품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알이 작고 빛깔도 온전히 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박씨는 “지난 추석 대목장 때 사과값이 예년보다 좋았어도 물량 자체가 적어 큰 도움이 안됐다”며 “대과나 경락값이 높았지 중소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수입만 따져도 지난해 3500만원에서 올해 23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털어놨다.

반대로 작물관리를 위한 생산비는 더 들었다. 낙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과나무의 수세·면역력 유지에 농약과 영양제 사용이 늘어나서다. 당연히 약을 치거나 잎·가지를 정리하는 작업횟수도 증가해 인건비 부담도 확연히 커졌다.

박씨는 올해 생산비가 평년보다 최소 20% 넘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농가도 주변에 많다”며 “<홍로>를 판매용으로는 하나도 건지지 못해 전부 가공용으로 보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박씨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0월 농업관측’을 보면 주요 과일·과채마다 출하량 감소가 예상된다. 연초부터 이어진 궂은 날씨 탓에 어느 품목 가릴 것 없이 작황부진이 뚜렷하다.

우선 사과는 10월 도매시장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3만7000t 수준으로 예상된다. 배는 16%나 주저앉은 1만6000t, 단감 역시 6% 감소한 3만3000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과채도 매한가지다. 특히 토마토(-11%)와 청양계 풋고추(-8%)는 지난해 10월과 견줘 출하량 감소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언론의 호들갑이다. 출하량 감소로 경락값 상승이 예상되자 벌써부터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 운운하는 보도를 쏟아내서다. 농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심각한 농산물 소비부진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어긋난 내용으로 농민들의 속을 태운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많은 언론에서 농산물가격 상승만 이야기하지 정작 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외면한다”며 “자연재해 수준인 올해 작황을 고려하면 농가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도와야 할 언론이 나서 농민을 괴롭히는 꼴”이라며 “잘못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산지에선 한숨만 나온다”고 꼬집었다.

최병옥 농경연 농업관측본부 원예실장도 “일부 언론이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서 마치 대결구도를 만드는 상황”이라며 “생산량 감소로 인한 가격상승을 극단치만 놓고 보도하는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짜뉴스가 자꾸 나오면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우려가 상당하다. 언론에서 보통 가락시장의 경락값을 ‘기준가격’으로 잡아 자극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도매시장을 향한 농민과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어서다.

송충호 농협가락공판장 본부장은 “올해는 어느 품목이나 생산비는 늘고 생산량은 줄어 농가소득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오르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가락시장 경락값 가지고 물가상승을 운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재흥 동화청과 이사 역시 “예년 같으면 추석 대목장 이후 대부분 품목에서 경락값이 떨어지는데, 올해는 생산량 감소 탓에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다”며 “이런 배경설명 없이 물가상승 진원지로 도매시장이 지목되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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