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지농민 80여명, 가락시장 찾아 울분 토로
기존 5t 화물차 적재량 7000단 하차거래 후 4500단으로 급감
안정 적재 위한 랩핑작업으로 상품성 ‘뚝’…여름철 부패 우려
산지 “공사, 농민 고충 등한시” 여건조성까지 하차거래 연기, 시장 팰릿 적재공간 마련 요구
공사 “형평성·취지에 어긋나”
“하차거래를 억지로 밀어붙여서 농사꾼들은 다 죽게 생겼습니다!”
1일 오후 6시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대파 경매장에서 백운기씨(경기 포천)가 커다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백씨 이야기에 여기저기서 “도대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 “일방통행식으로 하차거래를 추진해선 안된다”는 아우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기 포천, 강원 평창, 전남 신안 등 주요 대파 산지의 출하자 80여명은 농사일을 놓은 채 경매장을 찾았다. 처음 시행되는 가락시장의 대파 하차거래 전환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산지의 여건이나 품목별 유통특성이 하차거래 전환과정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출하자들의 주장이었다.
기존에는 대파를 산물 그대로 화물차에 실은 채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하차거래 전환이 시행되면서 10㎏들이 종이상자나 비닐포대로 대파를 포장한 다음 팰릿에 차곡차곡 쌓아 출하하도록 바뀌었다.
농가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적재효율이 떨어지는 탓에 비용부담이나 작업시간이 껑충 뛰어올랐다.
전광열 전국대파유통인연합회장은 “보통 5t 화물차에 1㎏들이 6500~7000단을 실을 수 있었다”며 “종이상자든 비닐포대든 포장하면 기존보다 30%는 적재량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그러면서 “물류비는 물론이고 포장재값이나 인건비까지 늘어나 실제 느끼는 비용부담은 더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차거래 전환 후 5t 화물차 한대당 대파 적재량은 1㎏들이 4500단 안팎으로 줄었다. 출하자마다 “이런저런 방식을 모두 써봐도 하차거래 이전만큼 적재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문제는 더 있다. 팰릿에 쌓은 대파가 운송 중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랩핑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파가 눌려 상품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여름철에는 통풍이 안돼 쉽게 썩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강원 평창에서 15년째 대파농사를 짓는 김양래씨는 “올여름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면 몇시간만 지나도 대파가 썩기 시작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밭에서 팰릿에 쌓아 랩핑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이런 어려움을 공사에게 계속 이야기해도, 들은 척 만 척했다”며 “오죽하면 농민들이 농사일을 팽개치고 서울로 쫓아 올라왔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과거처럼 대파를 산물째로 실어온 뒤 경매장 구석에서 팰릿 위에 적재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충남 아산의 한 농민은 “오죽하면 여기까지 와서 팰릿 위에 대파를 쌓겠느냐”며 “도저히 밭에서는 작업할 여건이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부분 농민이 60~70대인데 이런 식으로 해선 너무 힘들어 금방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12월은 돼야 본격적으로 출하가 시작되는 전남 신안에서도 대파 재배농민 30여명이 가락시장을 찾았다.
김대현 임자농협 조합장은 “공사가 농민 입장은 도외시한 채 일방통행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좀처럼 답을 찾을 수 없어 조합원들과 가락시장을 찾았다”고 하소연했다. 김 조합장은 이어 “보완책을 농민이 찾을 게 아니라 공사에서 내놓아야 마땅하다”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산지 한두번 찾아온 것으로 설득작업을 끝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출하자들은 크게 두가지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산지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하차거래 전환을 연기해주거나, 가락시장에서 팰릿 적재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사는 이러한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일정을 뒤로 미룰 수 없고, 하차거래 본래 취지에 맞추려면 산지에서 팰릿에 적재된 대파만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어떤 포장재를 선택할지는 출하자에게 맡기겠다”며 “랩핑 대신 다단식 목재상자(우든칼라) 사용도 가능한 것으로 출하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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