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유통주체들 목청 “포장재·물류 비용 대폭 상승 공사 등 지원만으로는 한계”
기재부 “일몰제로 끝난 사업” 농식품부 “추가 지원 힘들어”
정책 추진과정서 생긴 어려움 정부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하차거래 전환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포장재값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물류기기업체 관계자 등 10여명은 최근 가락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하차거래 전환이 예정된 양배추·쪽파·대파 경매장을 차례대로 둘러보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가락시장 유통인으로부터 하차거래 시범사업 추진경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출하자를 비롯한 도매법인 등 가락시장 유통주체들은 “정부의 포장재값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출하자들이 정부의 농산물 물류개선을 위한 하차거래 전환에 협력하면서 포장재 부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파의 하차거래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김진산 농업회사법인 ‘농사직설’ 대표는 “산물째로 출하할 때보다 포장재값과 물류비 상승폭이 상당하다”며 “재정적 뒷받침이 돼야 하차거래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대파나 양파처럼 과잉생산이 현실화된 품목은 경락가가 떨어져 출하자 부담이 더 크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역시 같은 입장이다. 공사와 도매법인이 함께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산지의 비용 증가분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공사와 도매법인은 품목별로 한팰릿당 3000~6000원씩 지원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하차거래로 가락시장뿐만 아니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는 점을 내세워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의 대다수 유통주체가 이같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찮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농산물의 포장재값 지원은 일몰제로 이미 끝난 사업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장재값 문제가 이전부터 논의돼왔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 지원 중인 물류비 외에 추가적인 지원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달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농산물 유통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데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농민의 어려움이 많은 만큼 당연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원예실장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키우려면 포장·규격화가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출하자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하차거래 전환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처럼 농산물 소포장화까지 나아가는 중요한 과정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학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하차거래는 농민이 아니라 정부와 시장 개설자가 요구한 정책”이라며 “농식품부와 시장 개설자가 기획재정부 설득에 더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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