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양파·양배추 등 추진 밝혀
산지 “포장·물류비 등 늘어…지원액 큰 도움 안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하차경매 품목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는 23일 공사 대회의실에서 ‘2018년 업무계획’을 주제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가락시장 하차거래 확대와 시장도매인제 도입, 도매권역 현대화를 위한 채소2동 건립공사 착수 등이 핵심내용이다.
공사는 올해 4월 조생종 양파를 시작으로 7월 쪽파, 9월 양배추, 10월 대파로 이어지는 하차경매 추진일정을 내놨다. 더불어 2019년 예정된 배추 하차경매 전환을 앞두고 시범사업과 사전 홍보에도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박현출 사장은 인사말에서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에 맞춰 물류시스템의 변화도 추진하겠다”며 “차떼기로 거래되던 품목을 하차경매로 유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측은 하차경매가 시장환경 개선은 물론 농가수익에도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산물로 경매되던 품목이 종이상자나 비닐포대에 포장되면 상품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또 품목별로 출하주에게 팰릿당 3000~6000원씩 물류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1.5㏊(약 3만5000평)에서 쪽파농사를 짓는 오형권씨(63·전남 보성군 회천면)는 “하차경매가 도입되면 포장비·물류비·인건비가 모두 늘어난다”며 “팰릿당 6000원씩 지원하는 건 큰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출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기존 산물쪽파로도 일정 기간 경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제 도입도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공사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경쟁을 유도해야 농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지만, 공정·투명한 농산물 가격형성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강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농민·출하자 단체도 여건 미비를 이유로 시장도매인제를 반대하는 상황”이라면서 “공사가 제도를 밀어붙이기에 앞서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홍기·박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