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애플망고농장. 이즈음은 꽃망울이 형성되는 시기인데, 최근 제주에서는 꽃망울 출현 시기가 들쭉날쭉해 혼란을 겪는 농가가 많다. 농가들은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재배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기후변화로 재배면적 느는데
이론·현실 달라 시행착오 겪어
“현장상황 적용 매뉴얼 개발 절실”
농민신문 제주=심재웅, 무안=이시내 기자 2025. 12. 29
기후변화로 국내 아열대과일 재배면적이 늘면서 재배매뉴얼 정립을 위한 연구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농가의 개별적인 재배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현재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약 10년 전부터 백향과(패션프루트)를 재배해온 김성만씨(62)는 “도입 초기 행정이 재배기술을 보급했지만, 이론과 현실 간 괴리가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병충해 방제나 품질 개선 같은 요령을 조금씩 터득하며 농사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13년째 애플망고를 재배하고 있는 김민규씨(41·서귀포시 남원읍)도 “국내 자료가 없어 외국 자료 번역본을 찾아보며 농사를 지었다”면서 “이후 국내에서도 매뉴얼이 제작됐지만 현지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배매뉴얼이 있는 일부 품목도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온습도와 물 관리, 환기, 영양제 살포 등은 환경변화와 작물의 생육 상태에 따라 수시로 조정해야 하는 요소인데 현재 제시된 매뉴얼대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애플망고 표준비료사용 기준을 마련하는 등 아열대과일 재배농가가 많은 전남·제주도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재배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남 신안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정공우 신안섬바나나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바나나의 경우 2021년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발간한 재배매뉴얼이 있지만, 농가 입장에서 보기엔 학술적인 설명에 치우친 자료에 가까워서 실제 현장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며 “미얀마에서 13년간 바나나농사를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시설하우스에서 재배 전 과정을 겪으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재배매뉴얼 정립은 물론 이후에도 현장 농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끊임없이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바나나를 비롯한 아열대작물 재배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큰 피해를 본 농가가 적지 않다”며 “재배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업데이트해야 농가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재배매뉴얼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이에 더해 재배면적과 품목 증가에 발맞춘 출하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민규씨는 “이상고온 등 기후가 급변하면서 이전에는 들어맞던 매뉴얼이 현재 안 맞는 일이 많다”며 “지속적인 매뉴얼 개발을 통해 영농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관계자는 “재배매뉴얼 하나 만드는 데 길면 3년 정도 소요된다”면서 “바나나 재배매뉴얼은 2021년 첫 발간 이후 현장 적용 결과를 반영해 올해 개정판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국 아열대과수 재배면적은 2023년 193㏊에서 2025년 223㏊로 30㏊(15.5%) 증가했으며, 농가수도 558곳에서 714곳으로 156곳(27.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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