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개선 대책의 하나인 정가·수의매매 확대가 농산물의 유통 효율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된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정부는 2013년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도매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가격 변동성 완화라는 목적으로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농산물 유통정책의 하나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양승룡 교수 연구팀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무, 사과, 배, 수박 등 5개 품목의 2011~2016년까지 6년 동안의 상장경매와 정가·수의매매 거래실적에 대한 계량분석을 실시한 결과 정부의 목표와는 다른 결론이 도출됐다.
이번 연구 조사에서 상장경매와 정가·수의매매의 가격변동성을 각각 측정한 결과 정가·수의매매가 오히려 가격변동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상장경매가 가격변동성에 있어 오히려 안정적이며 정가·수의매매에 따른 가격안정 효과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양승룡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가격변동성은 가격 변이계수로 평가했으며, 조사 기간 동안 5개 품목 모두 정가·수의매매의 가격 변이계수가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는 것. 가격 변이계수가 높을수록 가격변동 진폭이 크다는 것이 양 교수의 설명이다.
이 결과에 따라 정가·수의매매로 인한 가격 효율성이 악화됐으며, 이는 가락시장이 농산물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기능에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정가·수의매매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경매 물량이 정가·수의매매로 전환되면서 현재 유통되는 농산물의 시장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오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가격효율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가·수의매매 거래는 모든 거래정보가 즉시 공개되는 상장경매와 달리 비공거래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정보의 깊이가 미흡하고 확산도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양승룡 교수 연구팀은 “농산물 수급과 소비 등 시장정보가 가격에 신속히 반영될 때 가격효율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 정가·수의매매로 인해 시장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늘어지는 것은 결국 시장정보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승룡 교수는 그동안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 추진해 온 도매시장 정책 방향의 재검토를 주문했다. 상장경매가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정가·수의매매를 도입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 반대의 결론이 도출됐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검증이 되지 않은 유통방식의 도입 보다는 가격결정 방식의 합리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승룡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도매시장에서 여러 가지 가격결정 방식이 있지만 결국 합리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기존의 입찰식 전자경매 방식을 개선하는 것과 등급표준화를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고 가격결정 관측 사업 등도 가격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가격효율성을 높이는 검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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