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무관세로 수입된 페루산 녹두에 대한 원산지 검증 결과 대규모 위반사항이 적발돼 180억원대의 관세 추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부터 또 다른 고관세 품목인 참깨·참기름의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어서 원산지 위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을)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관세청은 2021년 발생한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위반 사건을 종결했다. 관세청은 12개 업체가 수입한 물량 1267t이 원산지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 182억원의 관세를 추징했다.
관세 추징을 당한 업체 가운데 일부는 올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올랐다. 관세청이 11월 발표한 법인 고액·상습 체납자 중 2개 업체는 페루산 녹두 원산지를 위조해 각각 52억·15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했으나 납부하지 않아 이름이 공개됐다.
녹두는 관세가 607.5%에 달하는 대표적인 민감 품목이지만 페루산은 한·페루 FTA에 따라 이행 10년차인 2020년 관세가 철폐됐다. 하지만 2020년까진 농산물 세이프가드(ASG)가 적용돼 제한적으로만 시장이 열렸고, 2021년 ASG가 종료되면서 완전한 시장개방이 이뤄졌다.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문제는 2021년 국내 수입량이 8561t을 기록하며 전년(133t)보다 63배 급증하자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상당수 업체가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인접국인 볼리비아·브라질 녹두를 페루산으로 위장해 우회 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관세청은 2021년 9월 79개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검증에 착수했다.
당시 관세청은 페루 농업관개부(Midagri)가 발표한 녹두 생산량이 2020년 295t, 2021년 2012t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생산량을 크게 초과한 물량이 한국으로 수출됐다는 사실을 의심해 현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관세청은 2022년 8월 페루 당국의 협조하에 현지를 방문해 생산지·생산자를 확인했다. 현지 검증에서 관세청은 한국 수출 녹두의 생산지였던 람바예케·라리베르타드주 등 북서부 해안지역과 동남부 산악지역인 쿠스코주 등을 방문했다. 그 결과 북서부 해안지역은 일부 대규모 농장에서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고산지대인 동남부 산악지역에선 녹두 재배지역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관세청은 페루 정부와 원산지 검증을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검증 단계를 기존 2단계에서 4단계로 강화하는 등 절차를 거쳐 지난해 원산지를 소명하지 못한 일부 업체에 관세를 추징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다만 2021년 페루의 공식 생산량을 초과해 수입된 물량은 6549t에 달하지만 관세 추징 물량은 1267t에 그쳐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세청 원산지검증과 관계자는 “페루 당국과 협의해 원산지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며 “수입자를 대상으로 원산지 검증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이전보다 원산지 관리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내년부터 페루산 참깨·참기름의 관세가 전격 철폐되는 만큼 대규모 원산지 위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페루산 참깨·참기름은 FTA 발효 이후 630%이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이행 16년차가 되는 2026년부터 무관세로 전환된다.
참깨는 페루산으로 인정받으려면 ‘완전생산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참기름은 타 국가의 참깨를 원료로 하더라도 페루에서 생산하면 페루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관련 업계는 볼리비아·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서 생산한 참깨가 페루로 유입돼 페루산으로 둔갑한 뒤 한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올해 페루산 참깨는 660t이 수입됐다.
박언기 한국참깨들깨협회장은 “페루산 녹두에 이어 참깨에서도 원산지 위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관세청에서 철저하게 검증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집행도 안한 채 국비 신청”…농촌지역개발사업 부실 적발 
[농민신문] 정부, 내년 농민 연금·건강 보험료 지원 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