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재배 수익·안정성에 공감 100% 공동출하·등급별 계산
고랭지배추 최초 gap 인증 전 회원 ‘생산안정제사업’ 참여 출하
위약률 10년째 0% 낱개 포장으로 판로 확대 박차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산지 조직화가 가장 어려운 품목 중 하나가 배추다. 겨울철 겨울배추를 시작으로 봄철 시설·터널배추, 여름철 고랭지배추, 가을철 김장배추까지 계절별로 주산지를 옮겨가며 연중 출하되는 품목이지만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 등락폭이 워낙 큰 탓이다. 이런 사정으로 지역농협 등과 계약재배했다가 계약을 파기하고 산지 유통인에게 다시 팔거나 시장에 직접 출하하는 농가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원 태백농협(조합장 김진업) 고랭지배추공선출하회(이하 공선회)는 ‘배추 산지 조직화는 안된다’는 선입견을 깨고 전국 최고 산지 유통조직으로 우뚝 선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공동출하·공동계산 원칙=41명의 농가로 구성된 공선회는 99㏊에서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고랭지배추를 생산한다. 전량 공동출하, 등급별 공동계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배추 품목으로 산지를 조직화하고, 공동출하해 등급별로 공동계산까지 이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안재경 농협경제지주 농산물판매부 산지유통추진단장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배추를 생산하지만 농가들로부터 수탁을 받아 등급별로 공동계산하는 곳은 이곳 공선회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선회가 결성된 것은 2013년 7월께다. 공선회 결성 이전 10년이 넘는 동안 태백농협과 계약재배해 오던 농가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농협과의 장기 계약재배가 산지 수집상과의 밭떼기거래 때보다 수익이나 안정성 면에서 낫다는 농가들의 공감대가 이뤄졌다.
김진복 태백농협 공선회장은 “회원들이 고랭지배추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2013년 공선회를 조직할 때 2016년까지 품위를 상향 평준화한 뒤 시범적으로 공동계산을 해보고 2017년 전면 공동계산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고품질 배추 생산 한마음=공선회가 출범한 뒤 농가들은 고품질 배추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토양관리를 위해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 사용을 줄이고 계분과 유박 등 유기질비료 사용량을 늘렸다. 적절한 아주심기 간격과 점적시설·토양관리 등을 위해 시험 포전을 지속적으로 운영한 것도 특징이다. 이런 노력으로 2016년 7월 고랭지배추 품목으로는 전국 최초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획득했다. 품위개선 목표 도달 시점이 빨라짐에 따라 당초 2017년이 목표였던 공동계산도 1년 빨라진 2016년 전격 시행했다.
김상호 태백농협 과장은 “고품질 배추 생산을 위해 농가와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자체 재배기술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한편 gap 재배 매뉴얼을 별도로 만들어 공동방제를 펼칠 정도로 농가들의 고품질 배추 생산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공선회원 모두가 생산안정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추가격 폭등 및 폭락에 대비한 것으로, 2016년 5443t에서 올해는 7142t으로 계약물량이 더 늘었다. 공선회원의 출하 위약률이 10년째 0%일 정도로 농가들의 계약재배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
공선회가 생산한 배추는 전량 강원농협연합사업단에 출하된다. 공동마케팅을 통해 김치공장과 유통업체·도매시장 등으로 판매망을 다양화했다.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은 김치가공공장으로, 25%는 유통업체, 나머지는 도매시장에 분산 출하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 중이다.
여기에 태백농협은 2016년 gap 고랭지배추 소포장센터를 준공해 판로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별도의 손질 없이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고품질 gap 배추를 낱개 포장·판매함으로써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진업 조합장은 “취급물량을 늘리고 고정거래처를 확대해 안정적인 고랭지배추 사업기반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며 “내실 있고 견고한 공선회 육성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고랭지배추 유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백=성홍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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