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오펀 6호’는 설계 수명 8년의 저궤도 광학 원격 탐사 위성이다. 사진은 발사 전 가오펀 6호의 모습. 중국문화연구원유한공사
[중국농업 돋보기] (3) 우주·하늘·땅을 연결하는 농업위성
세계 최초 우주 육종 위성 발사
천공지 3층 디지털 인프라 갖춰
임채환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 2025. 12. 22
11월27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우주’라는 두 글자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엔 땅에서 농사짓는 농업과 지구를 맴도는 위성이 어떻게 관련될까.
전통적으로 중국은 우주 선진국이다. 1970년 4월에 발사된 창정 1호 로켓에는 둥팡훙 1호 위성이 실렸고 궤도에 안착했다. 1970년대말부터 원거리 감지 연구를 시작하며 농업분야 위성 활용방안을 모색했고 1999년 농업부 내 원격감지응용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5년엔 농업 전용 위성인 가오펀(高分·고해상도) 6호의 운영 정책을 구상해 2018년 6월부터 시행 중이다. 2024년 9월엔 세계 최초의 우주 육종 위성인 스젠(实践·실천) 19호가 발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중국의 농업 관련 위성은 최소 19기다. 농업 전용 위성은 가오펀 6호, 스젠 19호 2기이고 농지 모니터링과 같이 간접적으로 활용되는 위성은 17기다.
가오펀 6호는 중국 최초의 농업 전용 정밀 관측 위성으로 ‘우주눈(天眼)’이라는 별칭이 있다. 해당 위성에는 적색 경계 파장대역 감지기가 탑재됐다. 스젠 19호는 우주 육종에 활용되며 1000여개 씨앗과 미생물의 종질자원이 실험됐다. 이밖에 가오펀 계열 14기, 쯔위안(资源·자원) 계열 3기도 활동하고 기상 또는 환경 관측 위성을 포함한다면 농업분야에 활용되는 위성은 더 많을 것이다.
2018년 가오펀 6호 발사 당시 위신룽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은 “농업의 오랜 빈자리였던 ‘우주’가 메꿔졌다”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될 천공지(天空地) 일체화 관측 체계는 중국을 디지털 농업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천공지 체계는 3개 층으로 구성된다. 우주층(天)에는 17기 위성이 농업 천망(天网·스카이 네트워크)을 구성하게 된다. 가오펀 6호와 가오펀 1호 소속 위성 13기가 군집 비행하며 2일 주기로 재방문하고 90㎞를 한번에 촬영한다. 쯔위안 3호 소속 위성 3기에는 남방 다습지역의 구름을 투과할 수 있는 각종 광학 장비와 레이더가 있다.
중간층(空)에선 드론·항공기가 활동한다. 이들 기기는 위성과 지상 간 데이터를 수집하며 구름 아랫부분을 세밀하게 촬영한다. 지층(地)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망이 깔려 있어 작물의 생육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농기계가 만든 작업 데이터는 표준화돼 자동 수집된다.
이처럼 중국의 농토는 우주·하늘·땅에 걸쳐 다층적으로 연결됐고 거대한 스마트 농업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지속적인 농업 스마트화 정책으로 보인다. 2010년대 초중반 중국에선 ‘인터넷 플러스(互联网+)’ 정책이 구상됐다. 2015년 중국 정부는 관련 정책에 관한 중앙 1호 문건을 발표했고, 국무원도 발전 규획을 입안했다. 10여년간 디지털 농업 인프라를 갖춘 결과, 농업·농촌에 4G· 5G 관련 통신 장비들이 구축됐고 생산·기반 시설에는 IoT 센서가 적용됐다. 기술 표준화 정립과 함께 운영 노하우도 쌓였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어쩌면 미래의 농업현장에서는 사람의 발소리보다 기계 신호음이 더 많이 울려 퍼질지도 모르겠다. 실제 중국에선 2023년말부터 경작지 활용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고, 2024년에는 인공지능(AI)과 농부가 논벼 재배 경기를 벌였다. 최근엔 중국형 스마트 농장인 복희농장을 보급 중이다. 중국 위성항법장치(GPS·北斗)를 장착한 농기계가 200만대에 육박하고, 자율 주행 트랙터는 상용화 단계다.
우리는 내년 첫 농림위성을 띄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위성센터를 세웠고 농협 미래전략연구소에선 농협의 활용 전략을 선제적으로 모색했다. 후발주자로서 마음과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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