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삐걱대는 가락시장 총각무 하차거래
“고랭지 팰릿 출하 불가능” 출하주들 산물 출하 강행 거래 중단…3일간 70t 방치 공사
“세척장 평지 있어 가능” 하차거래 연기요구 거절 포장화만 내년 1월로 유예
“지게차도 없을뿐더러 1100ｍ 고지의 경사진 밭에 지게차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팰릿 적재를 합니까?”
총각무 하차거래가 시행된 지 이틀째인 2일 오후 9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총각무 경매장에는 채소 썩은 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전날 강원 평창지역에서 가져온 5t트럭 7대 분량(약 35t)의 총각무 더미들이 더운 여름 날씨를 견디지 못해 짓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하주들이 총각무의 팰릿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기존처럼 산물로 출하한 탓에 거래가 중지된 여파다. 경매장에는 총각무를 실은 트럭이 2일 저녁 5대, 3일 2대 더 들어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는 지난해 12월 총각무 하차거래를 올 8월부터 시행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지했다. 또 하차거래 전환 이후 산물 출하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침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전국총각무생산자협회(회장 한춘택) 소속 재배농민 20여명이 1일부터 거센 항의와 함께 하차거래에 필요한 팰릿 출하를 거부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는 당초 원칙대로 산물 형태의 상차거래를 불허하며 맞서고 있다.
이날 농민들은 성난 목소리로 공사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며 하차거래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공사가 거래를 막아 공들여 키운 총각무를 썩게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여름철 총각무 주산지인 강원지역은 지게차 작업이 어려운 탓에 하차거래에 필요한 팰릿 출하가 불가능하다”면서 “썩어서 버리게 되는 총각무가 쌓여가겠지만 산물 출하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수억원에 달하는 피해는 소송을 통해 공사가 책임지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공사는 총각무보다 작업여건이 더 불리한 강원지역의 무도 팰릿 출하가 잘 이뤄지고 있다며 출하주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덕인 공사 유통물류팀장은 “총각무는 세척작업을 하기 위한 세척장이 경사지가 아닌 평지에 있어 팰릿 적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출하주들은 하차거래 시행을 2018년 1월로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팰릿 출하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황이고 농번기에 출하방식을 바꾸기가 힘들다는 게 이유다. 또한 잎까지 섭취하는 총각무의 특성을 고려하면 앞서 하차거래로 전환한 무·양파와 같은 조건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출하주는 “일단 올해는 산물 출하를 허용하고 출하주·공사·중도매인 등이 겨울철 농한기에 포장화와 하차거래를 심도 있게 논의해 시행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각서라도 써서 이를 보증하겠다”고 항변했다. 반대로 공사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총각무의 포장화·하차거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소2동의 준공 일정에 맞춰 연차별 하차거래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포장 농산물 거래에 따른 시장 내 환경문제와 물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므로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당초 계획과 달리 포장화는 4개월 유예해 내년 1월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더운 여름철 총각무잎이 시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물뿌림을 할 수 없다는 출하주의 의견을 반영해서다.
윤 팀장은 “향후 예정된 하차거래 전환 품목들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총각무만 유예시킬 수 없다”며 “지금과 비슷한 일로 총각무 산물 출하를 유예했던 2011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상 수탁거부 금지 조항과 관련,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예외조항인 환경개선 및 표준규격 출하촉진에 해당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가락시장에서 1~3일 동안 총각무 거래가 중단됨에 따라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총각무를 취급하는 중도매인과 소비처의 피해가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배추와 달리 총각무는 보조재 성격이 강하고 현재 고랭지 총각무가 공급과잉 상태라 시세나 유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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