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프랑스 와인산업 깊어지는 위기
폭염·가뭄 등 자연재해 빈번
트렌드 변화·미 관세 치명타
농민신문 파리(프랑스)=곽재근 특파원 2025. 12. 21
프랑스 와인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해마다 요동치는 데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프랑스 농업부는 올 8월초만 해도 올해 와인 생산량이 평년 수준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속된 폭염으로 올해 생산량은 기록적인 흉작이었던 2024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생산량 추정치는 약 3억6200만ℓ다.
프랑스 남부 포도농가들은 최근 3년간 폭염·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올해 오드지역 등 일부 주산지는 평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작황이 줄었다. 폭염 외에 서리·우박 등 자연재해도 빈번하다.
농가들은 방상 장비 도입, 우박 방지망 설치, 신품종 도입, 관개시설 구축 등으로 대책을 찾고 있지만 만성적인 자금 부족 탓에 실행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여기에 구조조정 차원의 포도밭 갈아엎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산기반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와인 소비량이 감소하는 점도 악재다. 지난해 프랑스 내 와인 소비량은 1970년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주력 상품인 레드와인은 판매량이 2017년 510만ℓ에서 2024년 330만ℓ 로 떨어졌다.
프랑스 와인산업이 마주한 위기의 배경에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확산, 식생활 변화, 경기 침체가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알코올 와인과 저알코올 제품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맥주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프랑스에선 가족·지인이 한자리에 모여 길게 식사하며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이런 식문화가 간편식 소비 확대로 희미해지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강경해진 관세정책도 부담이다. 미국은 올 8월부터 프랑스산 주류에 15% 관세를 추가 적용했다. 4월부터 부과된 10% 관세에 새로운 관세를 더 매긴 것이다.
이런 변화는 프랑스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무엇보다 레드와인을 주력으로 생산해온 보르도, 랑그독 루시옹 등 남서부 와인 산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와인 생산기반이 흔들리며 프랑스 포도농가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
[농민신문] 계약에 ‘볼모’된 ‘엔비’ 사과농가…“불공정한 내용 변경을” 
[농민신문] 소비자분쟁조정위 “SKT 해킹 피해자에 10만원 배상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