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8명이 연명의료를 거부했으나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비율은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증가 추세이나 실제 연명의료를 받은 환자수는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
한은, 관련 연구 보고서 발표
본인 의사 무관하게 치료 받아
신체적 고통, 시술의 평균 3.5배
경제적 부담도 10년새 2배 급증
농민신문 김은진 기자 2025. 12. 11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8명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임종 과정에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한 비율은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 고령 환자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 시술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명의료는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이 임박한 환자에게 시행되는 의료행위다.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유지 기간만 늘리는 시술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 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등이 포함된다. 현재 의료법상으로는 환자의 거부 의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으면 임종 직전이라도 연명의료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이행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도 300만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 거부 의향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3년 조사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가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2023년 고령 사망자 29만명 가운데 67%가 연명의료를 받았다. 이는 2013년 약 10만명에서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쳤다. 보고서는 “적지 않은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 확대는 환자의 신체적 부담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산출한 ‘연명의료 고통 지수’에 따르면 단일 질환이나 시술에서 경험하는 고통보다 연명의료 환자의 평균 신체적 고통은 3.5배, 고강도 시술이 집중된 환자군은 12.7배에 달했다. 임종기 환자가 매우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연명의료 환자가 임종 전 1년간 지출하는 생애 말기 의료비는 2013년 547만원에서 2023년 1088만원으로 약 2배 늘었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약 40%에 수준으로, 저소득·저자산 가구에는 특히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간병비, 가족의 휴직·퇴직 등 직·간접 비용까지 더해지며 부담은 더욱 커진다.
보고서는 "환자 의사와 관계없이 연명의료에 의료자원이 투입되면서 정작 수요가 높은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는 자원이 부족해지는 구조적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취지와 절차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를 의료현장에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개인화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연명의료 중단이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시행된다면 연명의료에 투입되던 건강보험 재원을 호스피스나 완화의료, 간병 지원 등 환자가 원하는 생애 말기 돌봄 체계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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