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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수입물량으로 수급관리 언제까지…생산자 위주 수급조절 ‘절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05-24 조회 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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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축산물 수급관리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

무·배추, 가격 급등락 지속 마늘·고추, 생산기반 휘청 한우, 값하락·농가폐업 속출

품목별·전국연합 조직 육성 “비축 농축산물은 국산으로”
농업관측·통계 정확성 높여 안정적 생산 뒷받침해야

농축산물 수급안정은 농민·소비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공급부족으로 농축산물값이 오르면 농민에게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수입의 빌미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너무 떨어져도 곤란하다. 농가소득의 큰 축인 농업소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농축산물 수급안정은 풀어야 할 핵심 농정과제로 부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현실이다.

◆수입에 의존한 수급관리=농축산물 수급과 가격의 불안정성은 농축산물 자체의 특성과 유통과정에 원인이 있다. 농축산물은 가격변동에 따른 수요량 변화가 크지 않고 계절이나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병해충·전염병에도 취약하다. 

일정한 생육기간을 필요로 하는 탓에 시장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어렵다. 저장성이 낮아 부패율과 감모율이 커 유통과정 중 손실률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이같은 연유로 농축산물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급등락이 수시로 발생하지만, 정부의 수급관리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안정적인 수급관리는커녕 수입농산물에 의존한 근시안적인 정책 추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5대 수급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관리 중인 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는 오락가락하는 수급정책 탓에 오히려 가격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선채소 특성상 수입이 제한적인 배추·무는 정부가 손을 놓아 여전히 널뛰기 장세를 형성하고 있다. 저장성이 강한 마늘·양파·건고추 같은 양념채소는 장기간 반복적인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운용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당장 2017년산 마늘은 2016년 정부가 수입한 trq 물량에 발목이 잡혀 밭떼기거래가 뚝 끊긴 상태다. 2016년산 건고추는 정부가 수입한 물량이 재고로 남아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에 ‘금배추’로 자주 등장했던 배추는 요즘 처지가 180도 바뀌어 도매시장 가격이 지난해의 25% 수준인 10㎏당 2965원 선(상품 기준)에서 거래된다. 

역설적으로 국내 신선채소와 양념채소 시장의 불안은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에 호황을 안겨준다.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오는 김치 수입량은 2016년 25만4000여t으로, 평년(22만1300t)보다 15%가량 증가했다.

◆축산물 수급도 불안=불안한 축산물 수급대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축종은 한우다. 제대로 된 축산물 수급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축산강국과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쇠고기 수입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생산기반은 급격히 약화됐다. 

2016년 한우 도축마릿수는 73만8867마리로 2015년(88만1991마리)보다 16.2% 줄었다. 공급량 감소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한우 지육 도매값은 1㎏당 1만9000원대에 달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비싼 가격으로 소비저항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연말부터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들어 월평균 도매값은 5월 현재까지 1만6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현재 상태로라면 ‘한우농가 급감→한우공급 감소→한우가격 상승→쇠고기 수입 증가→판매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경쟁력 없는 농가 폐업→한우 생산기반 붕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생산자 위주 수급조절체계 마련해야=국내 농축산물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생산자에 초점을 맞춘 수급조절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다. trq 물량을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기보다 생산자조직 중심으로 생산조정과 수급조정이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단위 품목별 조직이나 광역단위 전국연합 조직의 육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급조절용 비축 농축산물을 외국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감사원이 2월 정부의 외국산 농산물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한 게 좋은 예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마늘·양파와 2016년 마늘의 수매·비축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계획보다 적게 비축해 저장물량을 적기에 방출하지 못하고, 가격이 오르자 부족한 물량을 수입해 대체했다. 

한 유통전문가는 “그동안 정부가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손쉬운 수급조절 대책을 펼쳐왔다”며 “새 정부에선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을 망가뜨리고 국민을 외국산 농산물에 길들이는 엉터리 수급정책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관측·통계 정확도 높여야=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농축산물 수급조절을 위해 새 정부가 농업관측과 통계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하는 사전 재배의향 조사를 세밀히 진행해 결과를 생산자단체 등과 공유함으로써 적정 재배면적을 확보하고, 통계청 조사의 정확도를 높여 안정적인 수급조절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양념채소의 경우 통계청과 농경연이 발표하는 재배면적이나 생산량 조사결과 오차가 심해 엉뚱하게 수입량을 늘리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며 “두 기관이 조사방법을 개선하고 공유해 통계와 관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우 사육농가들은 수급 불안정에 따른 가격등락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기반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과도한 가격등락 예방을 위해 송아지 가격이 생산비 밑으로 떨어지면 보전금을 지원하는 ‘송아지생산안정제’ 활성화와 정확도를 높인 수급관측모델 개발, 비육기간을 줄이는 사양관리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가금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근본적인 가축질병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수급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줄 것을 농업계는 새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성홍기·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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