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봄배추가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주산지인 충남 예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배추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자 이미 계약한 밭떼기거래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수집상들이 계약 자체를 파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농가와 상인 모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흔들리는 밭떼기거래=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예산지역은 지난해보다 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이 30%나 늘었다. 다른 작목을 재배하던 농가들까지 시설봄배추 재배로 방향을 전환하는 등 쏠림현상이 일어나서다.
김인호 예산 신암농협 상무는 “지난해 수박을 심었던 농가들이 배추시세가 잘 나오자 올해는 전부 배추를 심었다”면서 “기존 농가들도 영농규모를 늘려 신암면에만 하우스가 200~300동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농가들의 기대와 달리 배추가격이 부진하자 밭떼기거래에 문제가 생겼다.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산지수집상들이 너도나도 밭떼기거래 계약금액을 낮추자고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계약을 파기하는 상인들도 있어, 출하를 앞두고 농가는 소득감소를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설봄배추를 재배하는 오근환씨(52·신암면 탄중리)는 “하우스 1동당 280만원에 계약했던 상인들이 100만원 인하를 요구해, 농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응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최악으로 여긴 몇몇 상인들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 자체를 파기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성원 탄중리 이장(58)은 “반발하는 농가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계약금액을 낮추는 쪽으로 합의했다”며 “재배면적이 늘어난 만큼 농가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배추가격 급락이 원인=산지 사정이 나빠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들어 배추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10㎏들이 상품 한망은 평균 6299원에 거래됐다. 3월 초순 8600원을 넘겼던 가격이 불과 한달 만에 2300원(27%)가량 떨어졌다. 6일에는 5600원대로 떨어지면서 6000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물량과 극심한 소비부진 탓이라는 게 가락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명배 대아청과 과장은 “겨울배추 저장량이 지난해보다 24% 증가했지만, 소비는 더욱 위축돼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며 “특히 2월 초부터 심은 시설봄배추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배추가격 급락은 연쇄적으로 시설봄배추 재배농가에 직격탄이 될 뿐 아니라 수집상인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농가는 소득이 대폭 줄어들 게 불보듯 뻔하고, 겨울배추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해 높은 값에 계약을 한 상인도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계약을 파기하면 농가는 계약금이라도 건질 수 있지만 상인들은 금전 피해가 막심해진다”면서 “배추시세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농가와 상인들의 손해가 커질 우려가 높다”고 전망했다.
25년째 배추를 유통하고 있는 강영철씨(70)는 “경기도 안 좋고 출하 정점기인 5월 초에 징검다리 연휴가 있어 시세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손해가 적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상인들이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뉴시스] at, 봄배추 가격폭락 대비 부비축 물량 배추 2087t 수출 
[농민신문] 정부·농협, 봄배추 수급안정 선제 대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