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높으나 10월보다는 낮은값 예상
가뭄에 심는때 놓치고 가을 잦은비로 수량 줄어
밭떼기거래 거의 완료…농가 실질소득 많지 않아
2월 이후 배추·무 값은 평년값을 계속 웃돌았다. 지난겨울 월동 배추·무 수급 차질을 시작으로 여름철 고랭지 배추·무 마저 생산량이 줄면서 그 여파가 1년 내내 이어졌다. 날씨가 농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던 한해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추이를 뒤로하고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가을 배추·무에 쏠리고 있다. 가을 배추·무 재배동향과 가격전망 등을 알아본다.
◆재배면적·수량 모두 감소=“가뭄 때문에 아주심는 시기가 5일 정도 늦어지고, 때를 놓쳐 재배를 포기한 농가가 많았어요. 게다가 9~10월에는 비 오는 날이 많아 습해까지 왔으니 수량은 분명히 줄어든다고 봐야겠죠.”
문동길 전남 해남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1일 “가을·겨울 배추 작황이 지난해나 평년보다 훨씬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습해에다 뿌리혹병이 발생한 포장도 많아 이 지역 가을·겨울 배추 재배지의 10%(416㏊)가량은 상품성이 없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 대표적인 가을·겨울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지역 작황이 부진한 가운데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비 오는 날이 많았던 전남·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가을 배추·무 생육이 예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남·전북지역은 기상호조로 지난해나 평년보다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일 조사·발표한 11월 관측월보를 보면 가을배추 추정 생산량은 126만~134만t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7~12% 줄어든 것이다. 전체 재배면적이 줄고 남부지역 작황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생육기 지속된 강우로 가을배추 예상단수는 지난해보다 8% 감소한 1만403㎏(10a 기준)에 그쳤다.
가을무 생산량은 배추보다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고랭지무 가격 강세로 조기 출하가 지속된데다 재배면적과 단수도 줄었기 때문이다. 농경연은 가을무 재배면적이 지난해나 평년보다 5%, 18% 각각 줄어 올해 가을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4% 적은 44만6000t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가뭄으로 파종이 지연된데다 9~10월 일조시간이 적어 뿌리가 제대로 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생산량 감소로 가격 올라=재배면적이 줄고 작황 또한 부진해 전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값은 평년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가을 배추·무는 이미 밭떼기로 중간 유통상인들에게 팔린 상태이다. 가을배추는 3.3㎡(1평)당 7000~800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가을무는 7000원 안팎에서 값이 형성됐다. 지난해 가을배추 포전매매 가격은 4000~5000원, 가을무는 3000~4000원 수준이었다.
가을채소 주산지인 전북 부안지역 농협 관계자는 “태풍이 남부지역을 강타할 때를 전후해 밭떼기 거래가 거의 완료됐다”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서인지 지난해 거의 볼 수 없었던 밭떼기 상인들의 왕래가 올해는 빈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밭떼기 거래가격이 예년보다 높게 형성됐다고 해서 농가소득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습해와 뿌리혹병 발생에 따른 수량 감소분을 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지도사는 “농가마다 계약조건이 다르지만 포장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농가가 수량 감소로 인한 손실 부분을 떠안도록 계약한다”며 “올해는 습해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상인 피해보전금을 제외하고 나면 농가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로 11월 가을 배추·무 도매가격은 지난달보다는 떨어지겠지만 평년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11월 가을배추 상품 10㎏ 평균 도매가격은 평년(4370원)과 지난해(4580원)보다 높지만 전월(8230원)보다 낮은 6500원 내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해남지역 습해, 뿌리혹병 등의 사후관리 여부나 기상여건에 따라 가격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11월 가을무 18㎏ 기준 도매시장 예상 평균가격은 1만4000원 내외로, 지난해(8590원)보다 높지만 10월(2만5300원)보다는 낮을 전망이다.
성홍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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